금융지주 너도나도 인터넷뱅크 눈독…"공정 경쟁" vs "혁신 역행"
상태바
금융지주 너도나도 인터넷뱅크 눈독…"공정 경쟁" vs "혁신 역행"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4.14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위에 "독자적 인뱅 설립 희망" 의견...당국 "검토해보겠다"
"소비자 선택 폭 넓혀"...제살깎기·과잉경쟁·노조반발 등 우려도
금융지주들이 100% 자회사 형태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희망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회동에 앞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지주들이 100% 자회사 형태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희망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회동에 앞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은행 설립이 금융권의 뜨거운 화두로 부상했다. 금융당국이 허락한다면 언제든 독자적으로 인터넷은행을 세워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게 금융지주들의 공식화 된 입장이 됐다.

금융당국 역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를 진행하는데 이 결과를 토대로 인터넷 은행의 추가 인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혁신금융을 표방하며 지난 2017년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은행권에 뛰어든 지 불과 5년 만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도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이르면 이달 내 은행연합회를 통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원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금융지주들을 상대로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내준다면 긍정적으로 설립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이는 금융지주가 지분투자 방식이 아니라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 방식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의미한다. 

현재 KB나 우리금융 지주 등은 산하 은행을 통해 인터넷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여서 역할은 제한적이다.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현재 (금융지주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 취득은) 법상 어떠한 결격 사유도 없다"며 "비용적인 부담이 큰 것도 아니고 금융위의 인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열세에 빠진 기존 금융사들의 비대면 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 전환 노력만으론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터넷은행을 선점한 빅테크와 대등하게 맞설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인터넷 은행으로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두 곳이 영업하고 있다. 2019년 말 예비인가를 받은 토스뱅크는 올해 안에 본인가를 받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23조5393억원이었다. 2018년(10조8116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최근 10조원을 돌파했다. 인터넷 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대부분의 시중은행을 추월했다. 점포 없이 운영하는 인터넷은행과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한 게 사실이다. 독자적인 인터넷은행 설립이 되면 오프라인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도 전략적 융통성을 발휘할 거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전략 부서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인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금융으로 전환이 더 빨라지면서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문제는 이전까지 전례가 없었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점이다. 

우선 인·허가권을 쥔 금융당국 설득이 녹록치 않을 거로 보인다. 정부가 나서 핀테크를 육성해왔고 몸집이 큰 기존 은행들이 이제 막 태동한 신규사업자들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아울러 국내 인터넷은행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제살깎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주 내부에 인터넷은행 자회사가 설립되면 다른 인터넷은행은 물론 계열 은행과도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케이뱅크가 증자를 받은 뒤 이제 겨우 정상화한데다 제3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출범조차 안 된 상황에서 금융지주 계열 인터넷은행이 뛰어들면 과잉경쟁 구도로 흘러갈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이 외에도 은행 노조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점포 축소, 희망퇴직 연령 하향조정 등 효율성 제고 작업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한 고위 관계자는 "빅테크의 막강해진 영향력을 인식해야 하고 현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긍정적인 검토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특정 빅테크의 독주를 막고 금융지주를 지렛대 삼으면 중금리 대출 확대 같은 정책 목표를 추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