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민간 정비사업 기대감…동력 잃는 공공 재건축
상태바
높아지는 민간 정비사업 기대감…동력 잃는 공공 재건축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1.04.04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강남·강북 주요 재건축 단지 최고가 경신
여야 서울시장 후보, 정비사업 규제 완화 공약
지난 5일 방문한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전기룡 기자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서울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저마다 정비사업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 차례 흥행 참패를 겪었던 공공 재건축에 대한 관심은 점차 식어가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권에서 주요 재건축 아파트로 꼽히는 ‘은마’는 지난달 초 전용면적 76㎡형이 22억4000만원(8층)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주택형의 직전 최고가는 이보다 2000만원 낮은 22억2000만원(8층)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 전용 196㎡형은 지난달 63억원(10층)에 계약서를 새로 쓰면서 직전 최고가(52억7000만원㎡·7층)를 뛰어넘었다. ‘현대1차’가 최근 조합설립인가에 착수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무려 10억3000만원이나 높은 가격이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만 최고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노원구 상계동 ‘코오롱’은 지난달 전용 84㎡형이 직전 최고가(6억7300만원㎡·11층)보다 1억6200만원 높은 8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이외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주요 단지들도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최고가를 기록한 데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각각 30만가구(5년), 36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게 주효했다. 그간 답보상태를 보였던 재건축 단지들에서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실제 박 후보는 시장으로 당선된다면 재개발·재건축 추진이 느렸던 곳들을 직접 찾아가 챙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로마의 사례를 들어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남긴 ‘35층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35층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낸 것은 비단 박 후보만이 아니다. 오 후보는 일찌감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35층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일주일 내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시 방침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민간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는 것과 달리 공공 재건축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는 모습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하는 공공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 최고 500%, 최고 50층 등 규제를 완화하는 게 특징이다.

정부도 이 같이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공공 재건축을 홍보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정비사업 전체의 규제 완화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공공 재건축이 동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아울러 사유재산 성격이 강한 재건축인 만큼 가구 수의 40~70%를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조건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사업을 맡을 LH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도 공공 재건축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요인이다.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는 인가를 좀 더 원활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공공 재건축을 택하는 단지는 없을 것”이라면서 “공공 재건축의 경우 사업성이 부족해 추진 자체가 힘든 강북 일부 단지에서만 신청하지 대중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