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견고한 최고가라는 벽과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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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견고한 최고가라는 벽과 의구심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1.03.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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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최고가라는 말이 있다. 흔히 신고가라고도 불리는 이 말은 아파트 등에서 이뤄진 실거래가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의미한다. 여러 기사들을 보면 어느 지역의 아파트가 어떤 가격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번 형성된 최고가는 그 일대 아파트값을 결정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다만 서울에서 한 번 최고가를 기록하면 이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는 드물다. 구입하려는 아파트의 면적이 크건 작던 간에, 구축이던 신축이던 간에 말이다.

최근 아파트를 알아보면서 서울의 견고한 최고가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최고가를 확인한 후 임장을 가더라도 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는 한 번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적게는 수천만원씩 호가가 붙은 상황이 빈번했다.

또한 괜찮은 입지를 갖춘 아파트의 경우 매물 자체가 부족했다. 마음에 드는 입지가 있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예약을 걸어뒀지만 수 개월이 지나 나온 매물은 예상했던 가격을 웃돌았다.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으면 전세를 끼고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견고한 최고가 벽을 체감하며 수 차례 좌절을 맞는 동안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자료를 내놨다. 그리고 2·4 공급 대책이 구체화되면서 매수문의가 줄어들었들 뿐더러 관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연초 0.10%였던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지난주 0.06%를 기록하며 소폭 안정된 것은 맞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6월 둘째 주부터 현재까지 9개월가량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연 현재의 상황을 안정세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아울러 민간에서도 2·4 공급 대책이 발표되기 전 후로 아파트값이 하락한 비중이 늘어났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하루에 몇 번이고 호갱노노 앱을 통해 최고가 경신 단지에 대한 알람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다수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꾸준히 들었던 말이 있다.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말. 그리고 어차피 아파트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 또 지금 사는 게 가장 저렴할 것이라는 말 등. 장삿속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파트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

마침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호갱노노 앱에 새로운 실거래가를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당연하게도 기존 최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주거 안정을 제창하는 정부가 정말로 주거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의구심이 든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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