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가 네덜란드 장비 기업 ASML과 장기 공급 계약을 연장했다. 첨단 미세 공정에 핵심 장비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아닌 심자외선(DUV) 장비가 공급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정부의 제재에도 계약을 성사시켜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4일 외신에 따르면 SMIC 전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끝날 예정이던 네덜란드 ASML과의 대량 반도체 장비 공급 계약을 1년 더 연장했다고 밝혔다. SMIC와 ASML 간 계약 규모는 12억 달러(약 1조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SML은 현재 5~7나노급 반도체 미세 공정을 상용화할 수 있는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물론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도 ASML의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사의 대형 계약이 미국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뤄져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의 제재가 조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기술이 사용된 반도체 장비·부품을 SMIC에 공급하기 위해선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일본과 협력해 중국에 핵심 반도체 장비 수출 허가가 이뤄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NSCAI는 2018년 국방수권법에 따라 설치된 기구다.
SMIC는 미국 제재가 본격화될 시점에 중국 내에서 주목받은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제재에 맞서 ‘반도체 자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정책을 수행할 핵심 기업으로 꼽히며 중국 정부에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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