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SK하이닉스 내부거래 늘어나…구조개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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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실트론, SK하이닉스 내부거래 늘어나…구조개편 전망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2.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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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강화된 공정거래법 시행 이전 지배구조개편 전망도
23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SK실트론이 SK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SK하이닉스와의 내부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와의 수직계열화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이 기대했던 효과였지만 내부거래가 늘어난 만큼 사익편취 규제에도 노출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통한 구주매출이나 현물출자, 합병 등 지배구조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LG그룹에서 SK그룹으로 지배기업이 변경된 2017년 3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내부거래)이 전체 매출의 4.9%에 불과했으나 2018년 3분기 말 기준 30%까지 급증했다.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28%와 23.5%를 기록했다. 사익편취 규제는 내부거래 총액이 50억원 이상(상품 용역은 200억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율이 12%를 넘으면 대상이 될 수 있다.

SK실트론이 SK그룹에 인수되기 전에는 SK하이닉스는 웨이퍼 구매량의 30% 내외 정도만 LG실트론으로부터 매입했다. 2015년 기준 SK하이닉스의 연간 웨이퍼 구매액이 4091억원이고 LG실트론의 캐파를 고려할 때 SK하이닉스향 매출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인수와 동시에 증설투자를 병행하면서 SK실트론의 2018년 SK하이닉스향 매출은 1679억여원, 2019년 2181억여원으로 증가했다.

SK실트론이 SK하이닉스 등 그룹 계열사를 캡티브마켓으로 확보하는 것은 M&A의 목적이었다. 반도체 부문 수직계열화를 통해 성장성과 사업 안정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SK실트론 인수 당시 SK가 투자한 지분 외 최태원 회장이 TRS(총수익스왑) 방식으로 29.4% 지분을 취득한 것이 내부거래 부담을 안겨준다. 29% 지분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규제 기준인 30%를 초과하지 않아 기존엔 문제의 소지가 없었으나 법이 개정되며 상황도 바뀌었다. 지난해 말 규제 기준이 20%까지 강화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새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돼 내년부터 적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2017년부터 SK실트론을 조사해왔다. 당시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확보한 것이 계열사의 기회유용이 아니었는지 의혹이 일자 공정위 내 신설 조직인 기업집단국에서 조사를 맡았다. 공정위 조사 기간 내 실제 내부거래를 통해 최 회장이 사익적 이익을 취한 정황까지 포착된다면 SK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이후 SK실트론은 매출이 지속 늘었음에도 내부거래 비율은 더 이상 늘지 않은 모습도 보인다.

SK실트론은 애초 상장이나 SK머티리얼즈와의 합병 등 다양한 M&A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제기돼 왔다. 내년 새 사익편취 규제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이 같은 구조개편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실트론 내 최 회장 지분을 구주매출 또는 현물출자하면 규제 현안도 자연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법은 사익편취규제 대상 기업의 50% 자회사까지 적용하기 때문에 최대주주인 SK 지분까지 줄일 수 있는 기업공개 방식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법은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어 공정위가 사익편취 유무를 입증하려면 부당성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조사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SK가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욱이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보유한 방식은 TRS 거래를 통한 간접적인 형태로 법상 주식 소유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최태원 회장이 ESG 경영을 강조하고 대한상의 회장이 돼 재계를 대표하는 위치에 서게 된 만큼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기 위해 지분을 처분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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