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집 사고 주식 사고… 부채폭탄 디플레 초래 우려
상태바
빚내 집 사고 주식 사고… 부채폭탄 디플레 초래 우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2.23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끌·빚투 열풍 속 작년 눈덩이 된 부채...짓눌린 가계
투자·소비 위축 속 빚만 느는 악순환...韓경제 화약고로
가계빚이 눈덩이로 불어난 가운데 소비위축과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며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가계빚이 눈덩이로 불어난 가운데 소비위축과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며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역대 최대치로 불어난 가계빚이 한국 경제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에 어느덧 가계부채는 17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넉 달 연속 0%대 상승률에 머무르는 등 저물가 기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만큼 일각에선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육중한 부채에 짓눌린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면서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5조8000억원(7.9%) 증가했다.

초저금리 기조 속 주택 매입 자금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데다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면서 우리나라 가계 빚 총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주식담보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증시가 달아오르자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 신용공여를 큰 폭으로 늘린 영향이다.

빚 부담이 늘면서 가계의 씀씀이 여력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절반 정도가 지난해 4분기 적자 살림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고용 충격이 일자리가 불안정한 저소득층에 집중된 결과다.

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중 1분위 가구의 적자 가구 비율은 50.7%에 달했다. 절반 정도가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보다 소비지출이 많아 적자 살림살이를 했다는 뜻이다. 전체 5개 분위 가구 가운데 적자를 본 것은 소득 1분위 가구뿐이었다.

전문가들은 가계·자영업자 빚이 늘면서 민간소비를 억누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부채가 늘면 갚아야 하는 이자비용이 커지면서 가계의 씀씀이도 줄어든다”며 “‘소비위축은 기업 투자·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이로 인해 한계에 이른 가계·기업에 대한 대대적 대출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대출 증가폭을 더 키울거란 전망이다. 

실제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매달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도 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7조6000억원 늘어 전월 증가액(6조7000억원)보다 많아졌다. 1월만 놓고 보면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전 최대 기록인 지난해 1월 증가액(3조7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은행권의 대출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대출잔액은 77조667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9.3% 증가했다. 전년도인 2019년 증가율 9.9%와 비교해 무려 9.4%포인트나 늘었다. 

카드사들의 카드 대출도 가팔랐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 5곳(신한·KB국민·삼성·하나·우리카드)의 지난해 카드론 이용액 규모는 29조4155억원으로 전년보다 12.7%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약 3조3000억원이 더 늘어났다.

당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줄도산을 막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는 게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크게 불어난 빚 부담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1700조원을 넘어선 가계신용 통계는 그동안 정부 대책과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잡히지 않는 가계빚 급증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을 흔들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질과 양을 개선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