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집값‧결여된 소통 해결책으로 떠오른 ‘셰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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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한 집값‧결여된 소통 해결책으로 떠오른 ‘셰어하우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2.22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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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환경 개선, 입주민 간 정서적 교류 등 장점
인기에 힘입어 2013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
주거 형태로 자리잡으려면 보완 해야 부분 많아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최근 급격한 집값 상승으로 셰어하우스가 부상하고 있다. 청년 세대 등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기업에서도 공급을 확대하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으려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22일 성남시에 따르면 공유재산인 중원구 성남동에 있는 102㎡ 규모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공유주택(셰어하우스)으로 시범 운영한다. 방 3개, 화장실 2개, 거실, 주방, 앞·뒤 베란다로 이뤄졌으며 입주 여성 청년 3명은 각자 방을 사용하되 다른 공간들은 함께 나눠 써야 한다. 

조건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15만~20만원이다. 입주 조건에서도 알 수 있는 듯이 셰어하우스는 개인 공간과 공간이 결합한 주거 형태다. 특별한 법적 관계가 없는 개별 가구들이 출입문이 하나인 가구를 공유한다. 

◆ ‘따로 또 같이’ 사는 주거공간 셰어하우스

고시원과 비슷한 형태지만, 입주자들 사이에 긴밀한 교류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일명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라 불리는 곳보다 훨씬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 원룸보다 보증금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렇다 보니 셰어하우스는 2013년 130가구에 불과했으나 2019년 기준 전국 7200여 가구로 늘었다. SK디앤디 부동산 매니지먼트 솔루션 기업 디앤디프라퍼티매니지먼트의 조사 결과 오는 2024년 3만5000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도 셰어하우스 형태의 임대주택을 공급 중이다. 지난해 발표된 11‧19 전세대책에 포함됐던 호텔 리모델링형 공공임대주택 1호 ‘안암생활’이 대표적이다. 2012년에 준공한 옛 리첸카운티 관광호텔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청년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 45% 수준(보증금 100만원, 27만~35만원)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호텔거지”, “너무 좁다”, “주방이 없어 불편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으나 이는 무지에서 비롯된 피상적인 논리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에서 마련한 지침을 보면 셰어하우스 1인 침실은 최소 7㎡(약 2평)를 확보해야 한다. 1인 1실을 원칙으로 하지만 2인 1실의 경우에는 14㎡(약 4평) 이상이어야 한다. 외국에서도 셰어하우스 문화가 가장 잘 발달한 영국의 1인실 최저기준은 10㎡(약 3평)다.

안암생활에서 가장 작은 개인실의 면적은 13㎡(약 3.9평)로 오히려 큰 편이다. 주방과 거실, 강의실, 도서관 등의 공유 공간은 입주민 간 소통과 다양한 상호작용 촉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따로’가 ‘같이’로 되는, 모두의 공간에서 입주자는 소통과 공유를 선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느슨한 연대’는 전통적 가족관이 무너진 시대에 필수적인 사회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셰어하우스를 통해 함께 살면서 서로를 챙기고 같은 밥을 먹고 어울린다면 가족의 한 형태로 봐야 한다.

◆ 셰어하우스가 ‘대안 주거’로 정착하려면

셰어하우스가 ‘대안 주거’로 완전하게 장착하기엔 걸림돌이 있다. 공공과 달리 민간에서 운영하는 셰어하우스는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다방 임대 시세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12월 서울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원룸) 평균 월세는 47만원이 이었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로구는 평균 36만원이다. 그런데 구로구에 있는 아파트 셰어하우스의 1인실(15~19㎡) 가격은 49만원이다. 2인실(27㎡)은 39만원, 3인실(37㎡)은 34만원으로 원룸과 비교해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대학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숙명여대 인근 평균 원룸 가격은 45만원이었지만, 셰어하우스는 1인실(6.7~8,3㎡)은 51만~55만원이었다. 연세대 인근 평균 원룸 가격은 43만원, 셰어하우스는 1인실(7.2~8.9m²)은 47만~49만원이었다.

사업 방식을 살펴보면 임대료가 저렴할 수 없는 구조다. 대다수 셰어하우스 업체는 집주인과 계약을 맺고 재임대하는 전대차 방식으로 운영한다. 건물주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과 업체의 인건비, 운영비 등을 임대료에서 충당하다 보니 일정 수준 이하로는 낮아질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한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공공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임대료 인상을 통제받는 등 공익적 목적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에게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장은 “보증금이나 월세 대출은 통상 임대차 계약을 대상으로 하는 탓에 셰어하우스 입주를 희망하는 청년들은 금융 상품을 이용하기 어렵다”며 “셰어하우스의 특성을 반영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임대료뿐만 아니라 공유 공간의 사용 지침이라든지, 그곳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부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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