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때아닌 돈가뭄… 은행채 10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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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 때아닌 돈가뭄… 은행채 10배 급증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2.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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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벌써 3조4천억원 발행…전년비 10배↑
정기 예·적금 이탈 가속화에 유동성 '비상'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시중은행들의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연초부터 핵심예금으로 꼽히는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은행들이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기 예·적금에 이어 저원가성 예금까지 빠져나가면서 예대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고,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예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MMDA)) 잔액은 지난달 기준 547조745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562조4899억원) 대비 14조7441억원(2.6%) 감소한 수준이다.

은행의 핵심예금으로 불리는 저원가성예금은 요구불예금과 MMDA 등을 포함하며, 연 0.1%의 낮은 이자를 준다.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잔액이 많을수록 이자수익을 올리기 용이하다.

예대율 관리가 시급해진 은행들은 최근 들어 은행채를 지속 찍어내며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초저금리와 주식 투자 열풍에 은행 예금에 묶어뒀던 돈이 대거 빠지면서 채권 발행을 통해 자체적으로 예대율을 맞추겠다는 복안에서다.

실제 올 들어 4대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규모는 3조43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3600억원) 대비 약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평균 예대율은 99.8%로 규제 마지노선인 100%에 다다른 상태다. 일부 은행들은 이미 규제 상한선을 넘어섰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예대율은 2019년 말 94.1%에서 작년 말 101.7%로 7.6%포인트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94.4%에서 100.2%로 5.8%포인트 상승했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만 11조 5,400억 원의 은행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4조 3,800억 원 대비 2.6배 이상 증가한 액수다. 

조달 비용이 낮아진 점도 은행채 발행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 발행된 은행채 평균 금리는 1.78%인 데 반해 올해 은행채 평균 금리는 0.97%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수신 규모는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대출 증가세는 지속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예·적금 금리를 올려 수신 규모를 확대할 수 있긴 하지만 은행채 금리가 저렴한 상황이어서 오히려 부담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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