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유가·금리·원자재값…"인플레 우려" vs "경기회복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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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유가·금리·원자재값…"인플레 우려" vs "경기회복 시그널"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2.16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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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만에 60달러 돌파한 국제유가...구리 8년만 최고가
韓·美 장기채 금리도 오름세..."자산 인플레 우려수준 아냐"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물론 금리까지 상승세를 보이는 자산 인플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물론 금리까지 상승세를 보이는 자산 인플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유가(원자재), 금리, 주가가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연출되고 있다. 이례적 현상이다. 

넘치는 유동성으로 유가, 주가 등 자산 인플레와 동시에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에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최대 관심은 그동안 초저금리와 유동성에 힘입어 기록적 반등을 보인 주식시장에 자산 인플레 현상이 얼마나 충격을 줄 수 있는지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가에 악재로 적용돼 왔지만, 오히려 경기회복 시그널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선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0.63달러) 오른 60.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0달러 돌파는 13개월 만이자 지난해 1월 8일 이후 최고가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 우려보다는 경기회복 초기 국면 신호임을 보여주는 사례는 금과 구리의 관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통상 달러가 많이 풀리면 인플레 우려를 반영해 금 가격이 오른다. 하지만 최근 금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구리 가격은 지난해 1월 수준까지 회복했다. 실제 경기예측지표로 인식되는 ‘닥터 코퍼’ 구리 가격도 15일(현지시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리 상승 조짐도 완연하다. 한국과 미국의 국채 금리는 장기채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높아졌다.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는 15일 전 거래일 대비 0.04%포인트 급등한 연 1.871%로 마감,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이날 1.25%를 기록,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 등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 등이 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주목할만한 건 이같은 금리 상승 조짐에도 최근 세계 증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15일 '대통령의 날'로 휴장한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는 지난 12일 모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15일 30년 만에 3만포인트를 넘어서는 초강세다. 미국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부터 17일까지 춘절 연휴로 휴장중인 중국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0일 3655.09포인트로 거래를 마치며, 종가기준으로 5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세계 경제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침체 국면인 디플레이션(deflation)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inflation)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닌 소위 ‘착한 인플레이션’이라고 분석한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를 주의해야 하지만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인플레 리스크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효과로 수요견인발 물가 상승압력이 현실화할 때까지는 걱정할 리스크는 아니다”고 말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금리 상승기별 주식시장 흐름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차례 사례에서 한국과 미국 증시가 모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과 가장 유사한 금리상승기는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2월~2010년 4월로 S&P500은 885에서 1187로 34%, 코스피는 1176에서 1725로 47% 상승했다.

강 연구원은 “통상 금리 상승은 주식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낮추는 요인으로 생각하지만 과거 경기 회복기에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며 “‘좋은’ 금리 상승인지 ‘나쁜’ 금리 상승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병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금리 급등은 주식시장에 좋지 않지만 금리 상승 자체가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경기 회복과 연동된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이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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