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강력 규제… “집값 잡으려다 실수요자 잡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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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강력 규제… “집값 잡으려다 실수요자 잡을라”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1.20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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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가계부채 강력 처방… DSR 개인별 확대 적용
빚내 아파트 샀던 20·30대 ‘하우스푸어’ 속출 가능성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집값을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자칫하다간 기대효과는 커녕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마련할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에는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 분할상환 의무화 방침이 담긴다.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의 신용대출을 사실상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신용대출로 1억원을 연 3%, 5년 만기로 빌렸을 때 매달 이자 25만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 1억원을 갚는 방식과 매달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약 180만원을 갚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무조건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한다.

다만 신용대출 중 마이너스통장에는 적용되지 않을 예정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필요할 때마다 한도 내에서 꺼내쓰는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가 부과되는 형식이라 원금을 갚아버리면 한도를 두는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도 이런 방안이 추진되는 것은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이 이자율 변동이나 주택가격하락과 같은 외부적인 위험에 구조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 데다 최근 폭증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기관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방식을 차주 단위별 상환능력 심사로 전환하는 내용도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에 포함된다. 차주의 실제 상환능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DSR 산정 방식이 수정된다.

차주 전체에게 DSR 40%가 일괄 적용되는 식이다.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분할 상환이 도입되면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차주별 DSR이 높아지게 된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신용대출을 막아도 이를 무력화시킬 각종 ‘꼼수’가 난무할 가능성이 크고 무주택자 등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과 경기 일부 인기 지역의 집값 안정과 금융 건전성 향상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현재 집값이 너무 올라 주택담보대출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경우 신용대출로 보태고 있는 만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 랩장은 “청약 당첨자들에게도 문제다. 최근 분양받은 사람 대부분은 신용대출을 받는 거로 가정해 자금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며 “신용대출을 못 받아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채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은 분할상환원금을 내기 위해 1금융권 신용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등의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2금융권의 금리가 높은 만큼 부채의 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대출 연체자의 채무 금리를 은행권 수준으로 낮춰주고 원금상환을 10년 유예하는 등 이들을 따로 구제할 방법도 함께 미리 구상해야 한다”며 “문제가 불거졌을 땐 너무 늦다”고 말했다.

규제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워낙 커 규제가 강화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갑자기 없어지지 않는다”며 “형제나 부모 등의 가족 명의로 대신 대출을 받는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꼼수만 난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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