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급성장 중인데 규정문제로 7년째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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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급성장 중인데 규정문제로 7년째 허송세월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1.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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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수직증축 허용했지만… 착공 단계 ‘0’
2차 안전성 검토 문턱 번번이 넘지 못하고 있어
신도시 최초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나섰던 안양 평촌 목련2단지 전경. 사진=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합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민간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기조가 계속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이 수월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리모델링 방식 중에서도 가장 사업성이 높은 수직증축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 사업의 활성화를 통한 노후 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과 주민의 사업비 경감,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14년 건축법상 수직증축이 허용됐으나 여전히 안전진단 규정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수직증축은 최대 3개 층(15층 이하는 2개 층)을 더 올릴 수 있어 가구 수를 늘리기 쉽고 늘어난 가구 수(종전 가구수 대비 15%)를 일반분양해 사업성이 높아져 한동안 재건축 대안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착공한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다. 수직증축으로 늘어난 무게만큼 구조를 보강해야 하는데 확실한 안전진단 규정이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수직증축 허가를 받은 곳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해당 단지는 암반 지질이어서 별도로 보조 말뚝(파일)을 박아 건물 하중을 분산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아파트 대부분 연약지반에 지어졌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모델링 업계에선 2015년 ‘선재하 공법’이라는 신기술을 제시했다. 이 공법은 안전성 검토의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구조 안전성을 검토해줄 공인기관이 없다는 것. 검증 업무와 관련한 논의만 수년째 반복하다 ‘선재하 공법’은 사실상 사장됐다.

최근에서야 기존에 널리 쓰이던 ‘MPG기초보강공법’(Micro Pile Grouting)으로 회귀했다. 그렇다고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지내력(지반이 허용하는 내력)을 확보하려면 말뚝 지름의 2.5배 이상 거리를 띄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수직증축에 따른 하중을 견디려면 수백개의 보조 말뚝을 박아야 해서 규정에서 정한 적정 거리가 나올 수가 없어서다. 결국, 건축물 일부를 철거해 하중을 줄이는 파해법이 등장했지만, 또 다른 부차적인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게 리모델링 업계의 설명이다.

당장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MPG기초보강공법’은 ‘선재하공법’에 비해 보조 말뚝이 2배 이상 필요해 통상 가구당 부담해야 하는 공사비가 1평당 10만원씩 상승한다. 34평형(전용면적 84㎡)에 거주한다면 ‘선재하공법’을 적용할 때보다 340만원 더 내야 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초 ‘선재하공법’의 안전성을 검증할 공인기관을 선정하겠다고 직접 나섰으나 그 이후 1년째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대치되는 모양새다.

한편, 2차 안전진단 허가를 기다리다 지친 리모델링 조합원들은 우회로를 찾기 시작했다. 무지개마을4단지(구미동), 한솔마을5단지(정자동) 등 수직증축을 추진하던 노후 단지들이 일제히 수평증축으로 선회했다.

수평증축은 별동 증축을 통해 가구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여유 부지가 없다면 애초 추진이 불가능하다. 리모델링 업계에선 리모델링 연한이 도래한 수도권 노후 아파트 312만 가구 중 약 40%는 수직증축만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축구조 한 전문가는 “2014년 당시 정부에선 좋은 취지로 주택법을 개정, 수직증축을 허용했음에도 하위 규정들에 대한 검토 없이 탁상행정으로 추진되다 보니 지금까지 모든 일이 계속 꼬이고 있는 형국”이라며 “현 정부에서도 바뀐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수직증축 정책의 담당자가 2년에 한 번씩 자리를 옮기면서 관련 논의는 매번 초기화되고 있다”면서 “현행 기준대로라면 수직증축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면 폐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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