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무죄…재계, 집단소송제・징벌손배제 역풍 맞나
상태바
가습기살균제 무죄…재계, 집단소송제・징벌손배제 역풍 맞나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1.01.13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 피해보상 약속과 사법부 엇박…민주당, 집단피해대책 법안에 힘낼 듯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가습기살균제 유통업체 임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역풍을 불러올지 재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재계를 압박하는 후속 법안 처리에 정치권이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재계 관계자는 13일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후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손배제 등 후속 규제법안 처리가 최대 관심사”라며 “지난달 입법예고한 데 이어 이르면 이달 안에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 집권 여당이 밀어붙일 것으로 보여 반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입법예고 된 이후 재계에서는 논란이 크다. 국회에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1심 무죄 판결이 내려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직원에 대한 소송 사건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피해보상 대책을 약속한 사례다. 따라서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더욱이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집행정지 판단과 정경심 교수의 실형 선고 이후 사법부를 비판하며 묘한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갈등은 법안 논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전날 무죄 판결로 피해보상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었지만 이런 여론을 의식해 잔뜩 움츠린 분위기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저희로서는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재판과 별개로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당사자 측과 관계 기관을 통해 지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당 사건 규명 이전에 이미 피해자들을 인정하고 관련 기업을 대신해 일부 정부 보조금 성격의 피해보상도 진행해왔다. 하지만 정작 재판부는 양사가 유통한 가습기살균제 제품 성분과 피해자 발생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정부로서도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압박이 생긴 셈이다.

집단소송제는 집단적 피해사고에 대해 효율적 구제가 이뤄지도록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전체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사모펀드 부실사태에 이어 가습기살균제 문제까지 재차 불거져 법안 처리의 명분이 높아지게 됐다. 징벌손배제는 각 분야에 산재돼 도입된 제도 운용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기업 활동에 관한 기본 법률인 상법에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기업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의 5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 관련 집단피해 사례에 대한 규제 효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그러나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적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반대한다. 집단소송법은 소송제기는 물론 의혹만으로도 불매운동을 통한 영업 손실 및 기업 생존에 직결되는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직업적인 소송꾼이나 집단소송만 기획하는 국내외 포럼이 등장할 것도 우려한다. 재계는 징벌손배제에 대해서도 우발이익을 기대한 남소 발생으로 기업 측이 과도한 소송비용을 부담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