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식는 빚투ㆍ영끌…금융당국 긴급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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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식는 빚투ㆍ영끌…금융당국 긴급점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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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여신담당 불러모아 화상회의
속도 조절 고민..."빗장 다시 잠글 수도"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연초부터 은행권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금융당국도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급증한 신용대출이 대부분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필요 시 은행권에 대출 속도 조절 신호를 보낼 예정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후 주요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영상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은행이 제출한 월별 목표치 속도에 맞게 신규 대출이 나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면서, 은행별 연초 신용대출이 급증한 이유를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12월 잠시 주춤했던 신용대출은 새해부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101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4영업일 만에 4534억원(4~7일)이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이 금융당국과 약정한 월간 대출한도(2조원)의 5분의 1을 나흘 만에 넘어섰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신규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4~7일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 수는 총 7411개로 집계됐다. 일별로 보면 지난해 12월 31일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건수는 1048건이었지만, 지난 7일에는 1960건으로 급증했다. 이들 통장으로 집행된 신용대출 잔액 증가분은 2411억원으로, 전체 신용대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은행은 연초 신용대출이 늘어난 원인이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수요에 있다고 보고 있다. 새해 들어 다시 신용대출 빗장이 열림과 동시에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올 1월에는 기업공개(IPO) 시장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13곳의 IPO가 몰려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이른바 ‘빚투’(대출로 투자)로 인한 가계대출 급증에 미리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편 은행권은 신규 가계대출 수요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대출의 부실 관리 역시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결론 날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이자상환 유예 프로그램’의 재연장 여부가 큰 관심사다.

당장 은행은 이자상환 유예까지 재연장하는 것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자까지 내지 못하는 기업은 그야말로 한계에 이른 상태인데, 구조조정 없이 이자 납입을 미루는 것은 ‘연명치료’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대출 만기와 이자상환 유예를 일괄 재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빚투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지 않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까지 꾸준해 대출 총량 관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이런 가운데 대출 연명 조치까지 무작정 장기화하면 대출 부실이 갑자기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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