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인하로 주택공급?… 실수요자 아닌 부자(富者)만 득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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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인하로 주택공급?… 실수요자 아닌 부자(富者)만 득 본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1.01.11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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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활성화=집값 상승’…서민에겐 ‘그림의 떡’
전체 주택거래 중 양도세 중과 부담 가구 극소수
현금부자만의 리그로 전락 … 전문가 “소탐대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론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가능성을 일축하며 진화에 나섰음에도 매물 잠김을 해소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전월세난을 덜기 위해서는 양도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 우려가 더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당정이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 유도를 위해 양도세 중과 유예나 한시적 감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전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이낙연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시장에 교란을 줄 발언은 자제돼야 한다”며 “(양도세 중과 제도가) 6월에 시행되고, 양도세와 관련된 전체 법안들이 효과를 막 보려 하는 시점에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세 채 네 채 갖고 계신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정책”이라고 말하자 당정이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더욱 힘이 실리던 모양새였다.

당장 오는 6월 1일부터 다주택자가 조정지역대상 내에서 주택을 양도하면 중과세율이 현재보다 10%포인트 늘어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 중과된다. 이에 따라 최고 양도세율은 2주택자가 65%, 3주택자 이상은 75%가 적용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조정지역대상 2주택자의 종부세율도 0.6~3.2%에서 1.2~6.0%로 강화된다. 이렇다 보니 보수성향의 정치가나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양도세 중과 정책이 ‘매물 잠김’ 현상을 낳아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양도세와 관련된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논리를 펼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됐다. 그런데도 집값은 안정되지 않았다. 더욱이 양도세 중과 유예는 10% 남짓의 소수를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 90%의 국민은 사실상 상관없는 일이다.

과거 서민들도 은행대출을 이용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높지 않던 시절에는 그나마 요긴한 정책이었을 수 있었겠으나 최근에는 집값이 치솟을 대로 치솟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신규 수요가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특히 청년, 신혼부부에겐 그림의 떡이다.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무주택 서민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집을 산다고 하면 가격이 계속 오르면 다행이지만 하락하면 정부가 ‘하우스푸어’를 양산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양도세 인하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는 정부 부동산 규제의 목적과 상반되기 때문에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아예 양도세를 완화하더라도 현격한 수준이 아니라면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내기 어렵다”라며 “양도세 감면 폭이 작으면 매도물량이 증가하기 어렵고 반대로 감면 폭이 크면 투기세력의 차익실현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의견도 일치했다. 최 소장은 “여전히 일각에선 양도세 중과 유예나 양도세 인하 등의 가능성이 있다며 군불을 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수차례 밝힌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는 것은 적어도 양도세와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여나 정부가 눈앞에 정치적 이익을 위해 양도세 중과 유예 등에 나선다면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조세 원칙과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건 소탐대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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