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2금융 공습…카드ㆍ보험사 "10년 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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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2금융 공습…카드ㆍ보험사 "10년 뒤 사라진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1.01.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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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전방위 침투한 카카오·네이버...위기감 최고조
2금융권 "결사항전"...'디지털' 맞춰 조직 바꾸고 인재 배치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권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전통 금융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권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전통 금융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뱅킹은 필요하나 은행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현실화 된 것처럼 미래에 카드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 카드사 수장이 신년사로 던진 화두다. 빅테크와 경쟁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존폐를 걱정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말이다. 

거대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이 증권과 카드업에 이어 보험업 진출까지 현실화되면서 2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수장들이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 등으로 험난한 한해를 전망하면서 일제히 올해 경영 키워드로 '전방위적인 디지털화'를 꼽았다는 점이 위기감을 방증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올해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신규 인가가 결정되면, 정보통신기술(ICT)과 보험이 결합된 국내 최초 핀테크 주도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탄생하게 된다. 

카카오페이는 “보험 판매 플랫폼 제공 역할 뿐 아니라 사용자 니즈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보험 상품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해왔다"며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환경 속에 다양한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7월 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NF보험서비스`를 설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NF보험서비스 출시 이후 대형 손해보험사와 자동차보험 견적 비교검색 서비스에 대해 기술적 협의를 진행하며 보험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018년 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인 토스인슈어런스를 설립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보험설계사 영업지원 전용 앱인 ‘토스보험파트너’를 정식 오픈한 데 이어 공격적인 채용을 통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빅테크의 공습에 어느 때보다 험난한 한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타깃이 된 2금융권은 올해를 디지털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다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보험·카드업계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제히 '디지털 전환'을 키워드로 뽑았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권 진출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기존 사업만으로 수익을 내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체질 변화를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디지털 혁신 가속화'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도 줄줄이 단행했다.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앞서 지난 10일 디지털관련 전담부서를 확대·신설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삼성생명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디지털영업부를 디지털사업부로 격상하고 데이터전략팀 등 디지털 관련 부서를 확대 재편했다. 삼성화재도 디지털채널 활성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한 디지털본부를 신설했다.

교보생명도 최근 '디지털혁신지원실'을 'DT(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지원실'로 확대 개편했다. DT지원실은 기존 ▲IT전략팀 ▲시스템 1·2팀 ▲정보보안팀 ▲디지털신사업팀 등 5개 팀에서 ▲DT추진팀 ▲플랫폼사업회추진TF ▲빅데이터지원팀 ▲AI활용팀을 신설해 총 9개팀을 포괄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확대됐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지주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디지털 중심 조직을 꾸린 상태다.

최근 KB금융지주는 보험과 글로벌사업 추진력을 높이는 동시에 디지털부문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양종희 전 KB손보 사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보험과 글로벌 사업 진두지휘에 나선다. 양 부회장은 지난해 KB손보에서 디지털고객부문과 디지털전략본부를 신설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의 2년 연임을 결정하며 내년 7월 출범을 앞둔 오렌지라이프와 통합 보험사인 '신한라이프' 사장으로 내정했다. 성 사장은 보험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헬스케어플랫폼 개발을 추진하는 등 보험업의 디지털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카드업계 역시 마이데이터사업, 간편결제 등을 놓고 빅테크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디지털 전환이 최대 과제다.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임원을 젊은 인재로 발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역량 강화는 금융업을 보조하는 수단에서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됐다"면서 "코로나19로 비대면 환경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빅테크, 핀테크업체들과 경쟁하려면 기존 보험, 카드업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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