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흘만에 찔끔 손보기 ...여론 간보는 K방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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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흘만에 찔끔 손보기 ...여론 간보는 K방역의 민낯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1.01.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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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정부가 8일부터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학원·태권도 학원 등과 동일한 조건으로 교습을 허용하기로 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영업금지 조치가 시작된지 불과 나흘만이다. 다만 형평성을 맞춘다고 성인은 여전히 제외다. 하나마나한 규제 손보기다. 정부가 이렇게 찔끔 조치를 발표한 데에는 헬스장 종사자들의 불복 시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들이 제기한 '형평성 문제'에 다수 여론이 공감한 이유도 클 것이다. 그만큼 그동안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한 국민적 문제의식이 확산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해 12월3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유동적 운영이 필요하다' 청원에 7일 오전 기준 21만여명이 동의한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문제는 형평성 논란이 실내체육시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테이크아웃(take-out)만 가능해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커피숍 업주들은 거리두기 초반부터 음식을 곁들여 파는 브런치 카페의 영업은 허용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코인 노래방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코인 노래방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린 한편 일반 노래연습장에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코인 노래방 업주들은 "도우미를 부르는 노래연습장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거 아니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감염사례가 전무한데도 불구, 학생들 사이의 전파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며 고위험시설에 포함된 PC방의 업주들이 불만을 표했다. 업주들은 "학생 출입만 막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고 나섰고 결국 PC방은 지난해 11월 고위험시설(현재 중점관리시설)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불만에 대해 '노래방 등 수도권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 17일 이후 영업허용 준비 중'이라는 조치로 대응했다. 왜 노래방 등은 헬스장처럼 바로 문을 열 수 없는걸까. 정부 입장에선 나름의 논리가 있겠지만 그 논리에 국민들이 얼마나 수긍할까. 헬스장 종사자들의 호소에 동조하는 여론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노래방이나 카페 종사자들이 더 거세게 반발해야 정부가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방역조치가 주먹구구식, 여론 간보기식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거리두기 재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어떤 시설을 열거나 운영을 제한할 땐 업주와 일반인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해당 업종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거리두기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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