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류길재 겨냥 ‘꼭두각시·핫바지’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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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류길재 겨냥 ‘꼭두각시·핫바지’ 막말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3.06.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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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장관 “남한이 핫바지냐” vs 北 “통일부는 핫바지 맞다”
▲ 류길재 통일부 장관(왼쪽)과 주철기 외교안보 수석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시작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당국회담 무산과 함께 잠시 잠잠해지는가 싶던 남북 양측간 ‘구강전투’(말싸움)의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13일 오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 정부를 겨냥해 원색적이고 거친 어조의 비판을 쏟아냈는데 특히 우리가 차관급 수석대표를 제시한데 대해 “해괴한 망동”, “무례무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그중에서도 통일부를 겨냥, “통일부가 아무 권한도 없는 꼭두각시, 핫바지에 불과하다는 것은 청와대에서 대화를 제기하라고 하면 하고 자르라고 하면 자른 하수인 노릇을 한 사실이 잘 말해준다”고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해방 이후 60여년째 삼대에 걸쳐 이어져온 ‘1인 독재체제’에 대해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북한이 민주선거를 통해 만들어진 남한의 공식 정부부처를 향해 ‘핫바지’ 운운한 것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는 일이지만 그 단어가 선택된 배경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월 29일 한반도경제포럼 강연에서 “북한은 과거에 늘 봐왔던 대로 관(官)과 민(民)을 분리시켜서 스멀스멀 들어와서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를 써야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수를) 쓰면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부 ‘경박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신이며, 국내 대표적 북한문제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류길재 장관의 이날 ‘핫바지’ 발언은 북한이 남한 정부를 바라보는 태도를 집약시켜서 언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북한이 이번에 굳이 ‘핫바지’라는 단어를 선택해 비난 발언을 한 것은 마치 류 장관의 ‘핫바지’ 언급이 통일부 부처 차원 혹은 류 장관 개인 차원의 자존심을 내세운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일각에서는 남북간 실효성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정상회담 개최를 전재로 당국회담의 급을 ‘총리’로 격상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측이 서로 ‘핫바지’라고 보는 조직을 상대로는 진지한 대화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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