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이제는 이재용을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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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이제는 이재용을 놓아주자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1.01.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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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영화 ‘친구’에서 나오는 대사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 영화 대사에 빗대곤 한다. 2016년부터 무려 4년간 재판과 수사로 온갖 고초를 겪어온 이 부회장이 오는 18일 파기환송심 최종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판 출석 80회, 열 차례 검찰 소환 조사 그리고 세 번의 구속영장실질심사….’

이는 2016년 시작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수사·재판 기록이다. 재판 출석을 앞두고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재판 후 복기하는 시간을 합하면 재판으로만 거의 1년을 보낸 셈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삼성에게는 치명적이다. 이 부회장의 공백은 10년 뒤를 내다보고 미래 먹거리 발굴과 초대형 투자 의사결정에 차질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 또한 한 목소리로 이 부회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일 중요한 건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성공은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결단과 헌신’”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도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리더 역할은 이재용 부회장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삼성은 새롭게 바뀌는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과거 메모리 반도체에서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의 한 분야인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TSMC가 삼성전자와 시가총액이 엇비슷해졌다. 빠르게 성장하는 바이오,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흐름을 삼성이 의사결정 부재로 따라가지 못하면 미래 경쟁력을 잃게 된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러한 위기감은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저는 우리가 저 사람들(스티브잡스, 손정의)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삼성도 망하겠다는 위기감이 피부에 와닿았다”며 “주위 기업 부침을 보면서 한시도 방심한 적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에게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 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이 부회장을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의 몸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수출, 일자리 창출, 코로나 극복에 앞장선 이 부회장을 애국자라며 경영일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선처해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 부회장 또한 최근 별세한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에 대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다) 효도 의지가 강하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최근 아버님을 여읜 아들로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내내 수사와 재판으로 대가를 혹독히 치른 이재용. 올해는 ‘기업인 이재용’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놓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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