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창흠의 정책을 보라? 사람이 먼저라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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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창흠의 정책을 보라? 사람이 먼저라고 하지 않았나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12.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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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인사청문회 시작과 동시에  구의역 사고 막말 등에 사죄했다. 앞서 지난 2016년 변 후보자는 SH(서울주택공사) 사장 재직 당시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에게 “걔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변 후보자는 청문회를 하루 앞둔 전날에도 국회 내 정의당 단식농성장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변 후보자의 사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모양새다. 

우선 변 후보자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방문’을 했기 때문이고, 자신이 사과를 해야 할 대상이 아닌 다른 이들을 찾아 사과하는 ‘번짓수 잘못 찾은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변 후보자는 사과를 ‘한다’라고 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일방적’으로 방문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그러나 사과는 자신의 입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사과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첫 번째다. 피해자가 원할 때 피해자의 시각에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피해자께 자신의 잘못을 고하는 것이어야 한다.

변 후보자 사과 발언 자체도 문제다. 그는 “건설과 국토 관련 일만 하다 보니 교통을 잘 몰랐다”고 했다. 자신의 막말이 왜 문제가 되는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결국 노동인식 부족이 원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변 후보자는 막말 문제 외에도 법인카드 과다 사용 의혹, 딸 허위 인턴 경력 의혹, 낙하산 채용 의혹  등 여러 의혹이 있다. 의혹의 사실 여부는 현재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았다. 변 후보자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과 행보만 두고 봤을 때 '변 후보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절로 든다.

여당에서는 변 후보자 인성 논란에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보고 정책적 역량을 봐달라며 ‘낙마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맞춘 듯 변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장관이 되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마치 ‘인성이 나쁘다고 능력까지 별 볼일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클리셰를 떠올리게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짚어야겠다. 애초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이유가 무엇이었나. ‘유능한 정부’를 기대해서였나.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정부, 따뜻한 정부’를 원했고,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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