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배당 20%’ 권고에 은행들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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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배당 20%’ 권고에 은행들 '난감'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12.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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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배당 성향 20% 축소안 제시… 전년 대비 5~7% 낮은 수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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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연말 배당을 순이익의 20% 수준으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은행들은 당국 지침과 주주가치 제고 사이에서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배당 성향 20% 안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권이 배당을 줄여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배당 성향은 배당금을 당기 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배당 성향이 높을수록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서 많은 부분을 주주들에게 돌려줬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금융지주들의 배당 성향을 보면 우리금융 27%, KB금융 26%, 하나금융 26%, 신한금융 25% 등의 분포를 보였다. 금감원이 제시한 안은 이에 비해 5~7%포인트(p) 배당 성향을 낮추라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고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대출 만기 연장으로 부실이 이연된 측면 등을 고려하면 은행권이 적정한 수준에서 배당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은행의 자본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배당 축소 기조가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2년간 순익 합계의 15% 이내 또는 보통주 자본의 0.2% 이내 가운데 더 낮은 기준에 맞춰 배당금을 주도록 지급 규모를 제한했고, 영국도 25% 이내의 배당 성향을 기준으로 정한 바 있다.

당국은 은행들도 배당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대부분 수긍하는 만큼 비당 성향 축소 권고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배당 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 되면 다시 배당을 늘리는 방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배당을 제한할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지적된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은 이달 이사회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올해 사업 실적에 따른 배당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9조원을 기록했다. 산술적으로 연간 12조원에 대해 배당성향 20%를 적용하면 결산 배당이 2조4000억원에 그쳐 작년보다 5000억원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시나리오별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가 끝나는 대로 최종안을 은행권에 전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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