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접촉 길어진 이유는…‘김양건’과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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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접촉 길어진 이유는…‘김양건’과 ‘6·15’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3.06.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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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대신 ‘발표문’ 채택…당국회담 진통 예고
▲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뉴시스>

[매일일보] 당초 9일 오전 회의까지 별다른 논쟁점 없이 진행됐던 ‘남북당국회담’ 사전 실무접촉이 10일 새벽까지 이어진 이유는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회담 참여와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를 의제에 포함시키는 문제에서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10일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측은 회담 수석대표의 ‘급’과 관련해 남북관계 총괄부처 장인 통일부 장관이 회담에 나갈 것이라면서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통일전선부장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우리 요구에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면서 ‘상급 당국자’로 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 21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에 통일전선부장이 아니라 내각 책임참사 등이 단장으로 나왔다는 이유였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오랜 역사 속에서 남북관계를 책임지고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방은 통일부 장관과 통일전선부장이란 점을 강조하면서도 북측 입장을 감안, 합의문에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란 완화된 문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측에 여지를 준다는 차원에서 회담의 명칭도 당초의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당국회담’으로 수정됐다. 통일부는 “회담 명칭을 남북당국회담으로 하게 된 것은 우리 측이 북측 의견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측의 한발 양보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수용불가 입장을 계속 고수함에 따라 수석대표의 급에 대한 내용이 담긴 발표문 제4항은 남북이 서로 다른 내용을 발표하는 것으로 최종 마무리가 됐다.

결국 우리 측은 “남측 수석대표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 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북측은 “북측 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발표문 문구는 두루뭉술하게 절충됐지만 북한 측 입장을 사실상 전면 수용한 셈이다.

최종 합의문 도출에 발목을 잡은 또 하나의 쟁점은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 문제 등을 명시적으로 의제에 포함하느냐의 문제였다. 북측은 ‘6·15 및 7·4 발표일 공동 기념문제’와 ‘민간래왕과 접촉’, ‘협력사업 추진문제’를 명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측은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금강산관광 재개문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를 본회담에서 논의할 의제까지만 명시하고 나머지 사안은 ‘당면하게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표현하자고 요구했다.

실무접촉 대표단들은 9일 오전 10시부터 10일 새벽까지 진통 속에 8차례에 걸쳐 18시간 가까운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문’ 대신 ‘발표문’을 채택하고 회담 의제에 관한 제3항도 각기 다른 내용을 발표하는 것으로 봉합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실무문제는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협의하기로 해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회담 직전까지 계속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다루려는 주제를 놓고 회담 당일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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