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규제 효과 없고 공신력 갖춘 통계도 부족…“집값 안정 어려울 것”
상태바
핀셋 규제 효과 없고 공신력 갖춘 통계도 부족…“집값 안정 어려울 것”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12.10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핀셋 규제 법적 근거 마련했지만…규제 마다 인근 집값 ‘불안’
읍·면·동 단위 집값 통계도 마련안돼… “시장 진단하는 통계 먼저”
파주 운정신도시와 일산신도시 전경. 핀셋 규제가 이어지면서 규제지역 지정을 피한 파주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정부의 핀셋 규제 기조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규제지역을 읍·면·동 단위로 핀셋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간 핀셋 지정을 할 때마다 반복된 풍선효과는 물론 통계적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을 읍·면·동 단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정부가 추가로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을 지정할 때 읍·면·동 단위로 핀셋 규제할 가능성이 추가됐다.

문제는 핀셋 규제가 그간 효과를 거의 보지 못 했다는 점이다. 자치구 단위로 규제지역을 지정했을 때도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기승을 부렸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수원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경기도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른바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에 대한 핀셋 규제였다.

정부의 규제가 핀셋 규제에 그치자 부동산 시장 불안은 인근 지역으로 확산됐다. 안시성(안산·시흥·화성), 김부검(김포·부천·검단), 남산광(남양주·산본·광명), 오동평(오산·동탄·평택) 등 수많은 신조어가 파생되며 수도권 전역의 집값이 날뛰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지정한 지난 2월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1% 오른 105.1을 기록했다. 1월 대비 상승폭을 더 키운 수치다. 조정대상지역 핀셋 지정이 오히려 수도권 전역의 집값을 들쑤신 셈이다.

당국은 결국 지난 6월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김포와 파주를 제외한 경기도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정부의 강수에도 수요는 비규제지역으로 몰려갔다. 김포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7월 들어 전월 대비 2.96% 상승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5.67% 상승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어설픈 규제지역 지정이 오히려 인근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린 셈이다.

수차례의 정책 실패에도 정부는 또 같은 실수를 범했다. 지난달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지만 수도권인 파주는 제외시키면서다. 결국 파주는 11월 마지막주 기준 주간 매매가격지수가 전주 대비 1.38% 오르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12월 첫째주 조사에서도 1.18% 상승하며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핀셋 규제 자체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됐던 방식이다. 핀셋 규제는 그간 집값을 안정시키기보다는 주변 지역 집값을 불안하게 만들어 왔다”며 “노무현 정부 당시 분양가 상한제를 전국에서 시행시켰던 것처럼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도 최소 시·도 단위로 면(面) 규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읍·면·동 단위 규제를 위한 통계적 근거도 빈약하다. 한국부동산원은 현재 매매가격지수 등 부동산 관련 통계를 시·군·구 단위까지만 산출하고 있다. 읍·면·동 단위로 규제지역을 지정할 통계적 근거 자체가 전무한 셈이다.

근거가 되는 한국부동산원의 신뢰도 문제도 여전하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야권에서는 한국부동산원이 산출하는 부동산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한국부동산원도 아파트값 주간조사 표본을 현행 9400가구에서 내년 1만3720가구로 확대하는 등 신뢰도 제고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문제는 시·군·구 단위 통계도 신뢰도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읍·면·동까지 조사 대상을 좁히면 신뢰도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 소장은 “읍·면·동 단위로 규제지역을 지정할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주택법을 개정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집값 불안의 진원지를 명확하게 집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통계를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