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원정대’ 전국 휩쓰는 데…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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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원정대’ 전국 휩쓰는 데… 대책이 없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12.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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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1억 아파트 싹쓸이…집값 급등에 실수요자 피해
규제지역 지정 등 대책 시급한데도 손 놓고 있는 정부
창원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창원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지방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활개 치면서 집값을 급등시키고 있다.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막을 대책을 하루라도 빨리 내놓아야 하지만 정부는 잠잠하기만 하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투기 원정대’가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천안, 울산, 창원, 전주 등 비규제지역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쓸어 담고 있다. 저가 아파트는 여러 채를 사도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주택은 ‘투기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주택 시장 침체 지역 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주택 수 합산과 취득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런 탓에 집값이 크게 뛰었다. 울산 남구 달동주공2단지 전용면적 38.64㎡는 올해 8월까지만 해도 1억원 초반대였던 매매가격은 지난달 26일 실거래가격이 1억6500만원(15층)으로 뛰어올랐다. 현재 호가는 더 올라 최고 1억8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이 평형의 매매 건수는 8월 2건에서 9월 3건, 10월 19건, 11월 17건으로 급증했다. 실거래 신고 기간이 아직 30여일 남아 있어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4건 매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5배 증가한 셈이다.

창원 성산구 반림동 럭키 아파트 49.49㎡는 지난달 2일 1억4000만원(8층)에서 같은 달 14일 2억원(11)으로 이주 사이 6000만원이 올랐다. 이렇다 보니 성산구의 주간 매매가격은 지난주 1.98% 올라 전국 지자체 중 1위를 기록했다.

현재 지난 2월 출범한 국토교통부 1차관 직속의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중심으로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검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하고 한국감정원의 실거래상설조사팀과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신고센터가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있으나 언제나 한 발 늦는다. 올해 상반기 원정 투기꾼들이 청주와 포항 집값을 인위적으로 띄우고 빠져나갔단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런 교란 행위들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부동산 전문가는 ‘핀셋 규제’ 부작용이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시장 여건에 따른 차등 규제는 수도권, 지방 광역시, 세종자치시, 기타 지역 정도로 지역 범위의 단계를 줄이고, 대신 반드시 적용해야 할 핵심 규제는 가능한 한 전국에 적용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정부가 지방의 경기를 고려해야 한다며 너무 쉽게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데다 신규 지정에는 소극적이다”면서 “이런 탓에 규제지역 인근에 투기세력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이어 “단순하게 전국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게 가장 좋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럴 수 없다면 지역별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지속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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