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아쉽지만 대안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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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아쉽지만 대안이 없어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12.01 13: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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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성사됐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주주 연합이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제3자 유상증자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 기각됐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한진그룹에 속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흡수합병이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세계 7위권의 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면 합병은 난항을 겪게 되고, 한진그룹은 지분 경쟁으로 경영권에 위협을 받았을 터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사실 아쉬움이 크다. 독과점 구조는 어느 시장에서든 폐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은행은 아마 최후의 보루로 대한항공에 인수 요청을 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을 넘기는 것은 원하지 않는 그림이었을 수도 있다. 현 정부는 오너가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 상당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대표이사 선임 건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사례를 찾아보면 이러한 성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대한항공 역시 고 조양호 회장이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해 연임에 실패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의사를 대한항공에 타진한 것은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은 사실 인기 있는 매물이 아니었다. 하물며 코로나19 시국에서 항공사를 인수하려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산업은행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동부제철 등의 기업을 회생시키는 과정에서 혈세를 들어가며 종국에는 헐값에 매각한 사례가 여러 번 있다.

대한항공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얼핏 보기에 경영권 방어 등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도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포기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 시국에서 같은 동종업계 기업이라도 인수합병은 엄청난 재무적 부담을 안겨 줄 수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 같이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기업이라면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물론, 대한항공 입장에서 ‘대마불패’라는 생각으로 인수에 나섰을 수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가 된다면, 훗날 경영에 어려움이 생겨도 국가에서 외면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애초에 부도가 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을 전제로 경영을 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찌 됐든 항공업계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심지어 ‘목적지 없는 비행’이라는 괴이한 상품까지 나왔다. 비행기를 타고 한반도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이 상품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목적 없는 상품으로 존재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모든 좌석에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기차 여행이 더 운치가 있다랄까?

현재 정부가 내준 항공운송면허는 무려 11개사나 된다. 내수 부족인 한국에서 무려 11개의 항공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물론 작년까지 항공업계가 호황을 맞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업계 특성상 이러한 이벤트성 불황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었고, 코로나19는 사실상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과도한 면허 승인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항공업계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돈’이라는 이익만을 바라보는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바라보기 불편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업력이 한두 해가 아닌데 이러한 특수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사냥감을 노리는 이리떼와 같은 사모펀드 손에서 놀아나지 않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대한항공의 시장 독점도 우려되지만, 오직 이익만을 생각하는 집단이 대한항공을 장악했을 때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국 그 이상의 불이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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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mi 2020-12-01 13:43:30
매일은 기사도 매일처럼 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