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전문가’ 황현식 사장, 권영수의 인물로 분류…그룹과 시너지 강화 기대
‘화웨이 리스크’는 여전한 숙제…무선통신 시장 정체도 ‘걸림돌’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최대실적’을 달성한 뒤 수장 자리에서 내려온다.
26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하 부회장은 자신의 후임으로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을 추천했다. 하 부회장은 황 사장에 대해 “급변하는 통신·미디어 시장 환경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하 부회장이 내년 3월 임기를 만료하고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한 이후 사내 게시판에 “LG유플러스가 진정한 일등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힘차게 응원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황 사장은 내년 이사회 및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이로써 처음으로 내부 출신 인물을 수장으로 맞게 됐다. 황 사장은 1999년 LG텔레콤에 입사해 강남사업부장·영업전략담당 등을 역임했다. LG 통신서비스팀을 거쳐 2014년에 다시 LG유플러스에 합류했다. 약 20년간 이동통신 영업 전략을 분야에서 활약하며 회사 안팎에서 ‘영업 전문가’란 평가를 받아왔다. 사내에선 ‘온화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란 얘기를 듣는다.
하 부회장은 취임 3년간 LG유플러스의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냈다. 2018년 취임 이후 5대3대2(SK텔레콤·KT·LG유플러스 순)로 굳어진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을 뒤집고자 다양한 시도를 펼쳐왔다. 황 사장은 전임 대표가 마련한 기반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새 판 짜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 부회장의 5G 시대 가입자 확보 전략의 핵심은 ‘미디어’다. 콘텐츠 제작∙수급 등에 5년간 2조6000억원 투자 계획을 올해 초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성과는 올해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이통3사 영업이익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 3분기엔 분기 최대실적인 40만6000명의 모바일 순증 가입자를 달성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상회한 7107억원을 올렸다.
하 부회장은 또 취임 8개월 만인 지난해 2월 CJ헬로(현 LG 헬로비전)를 인수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알뜰폰(MVNO)에서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황 사장은 이런 하 부회장의 성과를 발판삼아 기존 통신 사업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한편, 융복합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분야에서도 신사업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화웨이 리스크’는 황 사장의 경영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를 일부 사용해 5G망을 구축했다. 미·중 패권 다툼이 격화될 때마다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지적이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을 통해 “화웨이 건으로 주가에 부분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는 있다”며 “문제가 된다면 28Ghz와 차세대 장비와 관련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계에선 황 사장을 하 부회장의 전임인 ‘권영수 LG 부회장’의 인물로 분류한다. 권 부회장이 LG유플러스를 경영할 당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엔 LG그룹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오르기도 했다.
황 사장은 특히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권 부회장을 대신해 증인으로 출석, 휴대폰 다단계 판매에 대한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당초 권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다단계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면서 증인이 황 사장으로 변경됐다. 권 부회장의 LG그룹 내 영향력이 점차 두터워지고 있는 만큼 황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으로 LG유플러스와 그룹 간 시너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4G 시대 진입 당시 업계 최초로 전국망을 구축하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바짝 좁혔던 것처럼 더 적극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통신 전문가인 황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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