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기자금 사상최대…유동성 랠리 지속 vs 외국인도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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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대기자금 사상최대…유동성 랠리 지속 vs 외국인도 유턴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11.24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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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17포인트(0.58%) 오른 2,617.7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9포인트(0.14%) 내린 872.10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17포인트(0.58%) 오른 2,617.7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9포인트(0.14%) 내린 872.10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증시가 26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 갱신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공포로 지난 3월 19일 1457.64(종가)로 떨어졌던 주가는 8개월 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는 반전을 이뤄냈다. 

과거 급락장에서는 동학개미가 주가를 떠받쳤고,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가 커지자 이제는 외국인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위기를 버틴 국내 기업들은 잇달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자를 불러들였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역시 최고점을 경신했다. 2018년 1월 29일 세운 종가 기준 역대 최고 기록(2598.19)을 넘어선 뒤 역사를 쓰고 있다.

주가 상승의 촉매인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몬세프 슬라위 미국 백악관 백신개발 최고책임자는 22일(현지시간) “이르면 다음달 11일 백신 접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 3000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돌이켜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폭락장(1457.64) 이후 8개월 만에 1100포인트 이상 뛰어올랐다. 반전 드라마이다.

우선 넘쳐나는 유동성과 위기를 떨쳐낸 기업들의 실적, 외국인의 귀환이라는 요소들이 호재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코로나 VS 백신'의 대결 구도로 관측하기도 한다. 백신 개발은 속도를 붙일거고, 이로 인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3000'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최근의 국내 증시의 기세가 무섭다. 코스피지수는 2500 문턱을 넘어선 지 1주일 만에 역대 최고점을 돌파했다. 2018년 초 2600선을 처음 넘어섰을 당시 2500에서 100포인트 오르는 데 석 달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가속도의 수준이 다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주도주가 됐다.시총 상위 10개 종목 모두 주가가 뛰고 있다. 대형주들이 상승세를 이끌면서 코스피200은 이미 지난 16일 사상 최고점에 먼저 도달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하루 새 4.33% 뛰었고 오늘도 최고점을 돌파했다. 

시장에선 '1400선'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가 8개월 만에 1000포인트 이상 반등한 건 단연 '유동성의 힘'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대(65조원) 규모다. ‘고평가’ ‘과열’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졌지만 풍부한 유동성은 이를 비웃듯 주가를 밀어올렸다.

더구나 제로금리 시대에 위험자산인 증시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인데다 내년에도 주식 외엔 투자 대안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60조원을 재돌파한 투자자예탁금은 18일에는 65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뒤 20일에는 63조원을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들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과 함께 언제나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CMA에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달초 59조원대를 유지하던 CMA 잔액은 20일 64조7000억원까지 늘었다.

단기자금으로 분류되는 MMF 설정 잔액은 20일 현재 15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말 146조9000억원 대비 11조9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의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과거를 상기시켜보면 2600선 고지에 처음으로 올라섰던 2018년 1월 상황도 지금과 비슷했다. 원화 강세를 등에 업은 반도체 랠리가 있었다. 국내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환율과의 상관관계가 커졌다. 환율이 떨어지면 코스피지수가 오른 사례가 많았다. 당시 시총 1, 2위였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외국인이 몰려들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2년 새 한국 증시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변동장에서 주도주로 떠오른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종목들은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크게 늘었다. 특히 의약품 업종의 비중은 2018년 3.71%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69%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녹십자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덕이다. 서비스업종도 8.08%에서 10.80%로 늘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의 힘이 컸다. 배터리(LG화학) 친환경(한화솔루션, OCI) 화장품(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석유화학(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을 포함한 화학업종은 10.33%에서 11.10%로 비중이 소폭 늘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 코스피 랠리는 지수 상승이 특정 업종으로 쏠리지 않아 2018년과 구조적으로 다르다”며 “반도체를 제외하고도 2차전지·소프트웨어 등 성장기업과 자동차, 화학 등의 내년 전망이 좋아 증시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지수가 3000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을 이겨낸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276개)의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총 180조2114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역대 최고 이익을 낸 2018년 177조5323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변수는 남아 있다. 코로나 재확산과 금리 인상이 중요하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내년 시장의 핵심도 유동성”이라며 “내년 2분기부터 코로나19가 진정될 경우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고 글로벌 증시에 강한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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