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첫 고비 넘을까…KCGI 가처분 결과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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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첫 고비 넘을까…KCGI 가처분 결과에 주목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11.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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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이번주 결론
신주발행 목적 해석에 따라 법원 판결 갈릴 듯
인천국제공항에 국내 양대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국내 양대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첫 고비를 맞게 됐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소송의 첫 심문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만큼 가처분 신청 결과에 항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CGI가 신청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이 오는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KCGI, 한진칼, 산업은행 등 한진칼 유상증자 이해관계자들이 총 출동해 산은의 출자의 정당성 여부를 다툴 예정이다.

가처분소송은 신속한 집행을 위해 재판부가 통상 한두 차례 심문 절차를 거친 뒤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다. 다음달 2일이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주 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볼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재무구조 개선’이나 ‘항공산업 재편’이라는 경영상 합리적 목적 때문이라고 법원이 판단한다면 한진칼 손을 들어줘 가처분 신청은 기각된다.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받으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실사 이후 기업결합심사를 거치면 본격적인 통합 작업이 가능해진다.

반면 KCGI 주장대로 신주 발행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고, 시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는데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이라고 법원이 판단하면 가처분 신청은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KCGI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사실상 무산된다.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없다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자금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은 한진칼에 8000억원 규모 제3자 유상증자를 받아 한진칼 지분을 획득하고 이 가운데 7300억원을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유상증자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법원 판단으로 이번 빅딜 성사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는 만큼 양측은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CGI는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 회장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은이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10.66%에 달하는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KCGI는 이날도 입장자료를 내고 “산은과 조 회장이 진심으로 항공업 재편을 희망한다면 가처분 인용시에도 대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KCGI 주주연합 등 기존 주주에게도 참여기회를 주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실권주 일반공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이 가능하다”면서 “항공업 개편 명분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진에어에는 이사 지명권이나 의결권도 가지지 않고, 한진칼에만 의결권과 이사지명권을 갖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가 ‘경영상 목적’에 부합하는 적법 절차라며 맞서고 있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라는 상황 하에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고 국내 항공산업의 장기적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급성과 이를 위해 법적 절차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산은에 대한 3자 배정 유증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불가피하고 적법한 판단”이라며 “대법원도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도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정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의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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