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소송전 본격화…시작부터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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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소송전 본격화…시작부터 가시밭길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11.19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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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제기
구조조정 및 독과점 우려 등 후폭풍 여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시작부터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법적 대응에 착수한 것이다. 양사의 합병을 놓고 구조조정 및 독과점 우려 등 후폭풍도 거센 만큼 시작부터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전날 법원에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한진칼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산업은행은 이 유증에 참여해 자금을 투입하고 한진칼 지분 10.66%를 보유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KCGI등 3자 연합에 비해 적은 상황이지만,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통해 1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상황이 역전된다는 점이다. KCGI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증자 결정이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CGI는 “조원태 회장은 자신의 돈은 단 한푼도 들이지 않고, 한진칼 지분의 약 10%를 쥐게 되는 산업은행을 백기사로 맞아 경영권을 공고히 하게 된다”며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숨겨진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한진칼 지원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다른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상법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법원이 KCGI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잠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KCGI와의 소송전 외에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표적인 게 구조조정 및 독과점 우려와 특혜 시비다.

조 회장이 직접 “아시아나항공과 통합 이후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면서 “정부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는 여전하다. 두 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지면 결국 중복 노선 조정과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양사 모두 국내 직원의 70%가 휴직 중인만큼 구조조정 없는 합병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한항공 직원은 1만8000여명,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9000여명이다. 항공 승무원 등을 제외한 간접 부문(사무직 등) 중복 인력은 약 75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단 구성을 준비 중인 대한항공은 실사를 통해 정확한 중복 인력 규모 등을 파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과점에 대한 우려도 인수 발표 직후부터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이 자회사까지 합칠 경우, 절반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양대 항공사와 그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하면 국내선 점유율이 60%가 넘어 독과점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중복 노선 조정 등을 통해 운용 효율성과 소비자 효용이 증대할 것이라는 산업은행의 판단은 근거가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과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며 한진칼이 지켜야 할 7대 의무 조항을 삽입했지만, 재벌 총수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는 비판 역시 적지 않다.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이라는 국가기관이 민간기업인 한진칼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주기 위해서 개입한 것”이라며 “자본시장에서 봤을 때는 문제가 심각하고 특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에서 ‘균등감자’ 안건이 통과할지도 관건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6월 아시아나의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데, 그 이전에 3대 1 균등감자가 이뤄진다는 게 전제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절반 이상(58.2%)을 가진 소액주주의 반발로 주총에서 균등감자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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