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매매 악순환 도래하나…전셋값 상승 압박에 서울 집값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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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매매 악순환 도래하나…전셋값 상승 압박에 서울 집값 ‘꿈틀’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11.10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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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상승폭 확대…전세수요 매매로 확산
섣부른 대책에 시장 폭등 가능성…월세시장도 불안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 전경.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매매가가 상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집값을 넘어선 전세가 등장하는 ‘깡통전세’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전셋값이 심화되자 월세로 수요가 쏠리면서 ‘월세난’도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24일 0.01% 상승을 기록하던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두 달 이상 같은 수치를 유지하다 지난 2일 0.02%로 올랐다. 강남4구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중랑구(0.08%)와 관악구(0.03%), 노원구(0.03%) 등 중저가 지역이 높은 변동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매가격지수 상승이 일부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돌아서면서 집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세난으로 인해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차라리 매매를 선택하면서 실수요자가 높은 호가를 받아줬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8월 24일 229건이었던 중랑구의 전세매물 수는 지난 2일 145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관악구는 350건에서 116건, 노원구는 1005건에서 708건으로 감소했다. 지역에 따라 작게는 36%에서 크게는 66%나 전세매물 수가 줄어든 셈이다.

관악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기존에 전세를 살고 있던 사람들은 계약갱신청구권 덕에 당분간은 근심이 없겠지만 새로 전세를 구하거나 이사를 고려했던 사람들은 죽을 맛”이라며 “이참에 차라리 집을 사고 말겠다는 사람도 제법 있다”고 귀띔했다.

전세 시장 불안이 계속될 경우 매매가 상승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셋값과 매매가 간 격차가 줄어들수록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또 집주인 입장에서도 전셋값이 오르는 만큼 매매 시 호가를 높이는데 부담이 적어진다. 이렇게 전셋값이 오름에 따라 갭투기 등 수요가 늘어나고 집값이 오르면서 다시 전셋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셈이다.

전셋값과 매매가 간의 악순환은 정부로 하여금 전세대책을 마련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다. 전세 호가가 오르고 월세가 증가하면서 서민 주거비용이 증가한 만큼 전세대출 규제 완화, 월세 세액공제 지원 등으로 서민 자금력과 시장가격 간 간극을 메워줄 필요가 있다. 다만 섣불리 지원책을 발표했다가는 현재 전월세 호가가 시장가격으로 굳어지면서 매매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입장에서는 겨우 안정시킨 서울 집값이 서민 전월세 지원책으로 인해 다시 요동칠까봐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현재 전세난을 마냥 두고만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월세 수요는 투자수요 등 가수요가 포함된 수요가 아닌 실수요다. 결국 오른 시장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오른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것도 시간문제다.

급격하게 오른 전셋값은 속칭 ‘깡통전세’ 우려도 촉발하고 있다. 지난 9월 2억3500만원에 거래된 경기 김포 ‘당곡3단지월드메르디앙’ 전용면적 80㎡는 지난달 31일 2억3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이 단지 같은평형 실거래가가 2억6000만원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매수자는 실투자금 0원으로 주택을 매수한 셈이다.

그나마 이 단지는 거래가 활발해 매매가가 금방 전셋값을 다시 역전했지만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지역의 경우 전셋값이 매매가를 뛰어넘는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을 경우 전세금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최악의 경우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 할 가능성도 있다.

전세시장 불안이 월세시장으로 번지는 기미도 관측됐다. 이날 다방의 임대 시세 리포트에 따르면 전용 60㎡ 이하 서울 투·쓰리룸 월세는 전월 대비 10% 상승했다. 전용 60㎡ 이하 서울 투·쓰리룸이 전용 59㎡ 아파트의 대체재임을 감안하면 전세시장 불안이 월세로 번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세시장 불안에도 전세대책이 이른 시일 내에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가 이번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취소하면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전세대책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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