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파업”… ‘연례행사’에 발목 잡힌 완성차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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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또 파업”… ‘연례행사’에 발목 잡힌 완성차 업계
  • 성희헌 기자
  • 승인 2020.11.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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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헌 산업부 기자
성희헌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완성차 노조가 또 다시 파업에 나서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매년 반복되는 ‘파업리스크’를 올해도 피하지 못했다. 한국GM 노조는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기아자동차 노조도 파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언제든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의 투자계획 보류 압박에도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의 부분 파업은 지난달 31일에 이어 이달 2일, 6일, 9일까지 4일간 진행됐다. 10일에도 부분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시작한 잔업과 특근 거부도 이어가기로 했다.

한국GM은 최근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와 부분 파업으로 70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을 봤으며 이번 추가 쟁의행위 결정으로 누적 생산 손실이 1만2000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한국GM은 유동성이 악화됐다며 투자 보류라는 ‘맞불’을 놨다. 2100억원대 규모의 부평공장 투자 계획을 전격 보류한 것이다.

한국GM은 지난달 19차 임단협 교섭에서 부평1공장에 약 21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투자 철회 자체가 GM의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부평2공장의 신차 생산 물량 배정 계획 등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도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3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73.3%로 과반 찬성을 확보했다. 이어 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손에 쥐었다. 기아차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한 만큼 노사 교섭이 결렬될 경우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1년 만에 기본급에 동결하며 무분규 합의에 성공했지만, 기아차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양상이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임단협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달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다만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협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의제기 기간과 차기 집행부 구성 등을 감안할 시 올해 임단협 타결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완성차 노조의 연쇄 파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번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직면한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더이상 ‘연례행사’에 발목이 잡히지 않고 상생을 통한 위기 극복 사례가 기다려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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