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인상에 ‘전월세’ 가격 상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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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인상에 ‘전월세’ 가격 상승 우려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11.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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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7년간 서울 주요 단지 보유세 3~4배 인상
일부 집주인, 전월세 가격 올려 세부담 전가 움직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인상으로 전월세 가격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재빈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인상으로 전월세 가격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전월세 가격이 향후 5년간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세부담이 늘어나면 집주인이 전월세 가격을 올려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5일 발표한 ‘2020년 11월 1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전국의 전셋값은 0.23% 상승하며 전주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수도권의 상승폭은 0.23%를 유지했지만 서울이 0.10%에서 0.12%로, 지방이 0.21%에서 0.23%로 상승폭을 키운 까닭이다. 이로써 서울 지역 전셋값은 71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저금리와 계약 갱신청구권, 청약 대기수요 등과 가을철 이사수요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전셋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장기적으로도 전셋값이 안정될 유인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전셋값을 안정시키려면 결국 대규모 공급이 수반돼야 하는데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이 빠르게 입주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8·4대책에서 발표된 주택공급 물량 대부분은 실제 입주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마포구 상암DMC 미매각부지, 과천 광장 부지 등 대부분의 주요 지역이 주민 반발로 실제 공급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던 공공재건축 사업도 강남구 ‘은마’와 송파구 ‘잠실주공5’, 동대문구 ‘청량리미주’ 등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가 모두 사전컨설팅 철회 방침을 밝혔다. 60여 곳의 사업지가 몰리며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공공재개발 사업도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전셋값을 끌어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세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전월세 가격을 인상하거나 월세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정부의 방침대로 연 3%p씩 공시가격이 인상될 경우 시세가 30억원 선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의 보유세는 올해 1326만원에서 2025년 3933만원으로 3배 가량 늘어난다. 같은 기간 시세 22억원의 잠실 ‘엘스’ 전용 119㎡는 818만원에서 3438만원으로 4배 이상 증가한다. 공시가격 9억~15억원 선에 위치한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올해 보유세는 324만원이지만 2027년이면 1153만원으로 뛴다.

마포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3일 발표 이후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부담 문제를 문의하는 집주인이 제법 있다”며 “다주택자인 경우 2년 마다 이사를 오가며 전월세 가격을 올려 받으면서 세부담을 상쇄하려는 집주인이 많다”고 귀띔했다.

앞서 건설산업연구원은 ‘2021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전세 가격 5% 상승을 전망했다. 이 수치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른 보유세 인상도 반영해 산출됐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유세 증가가 전월세 가격 상승에 다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직접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상승시키는 유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서 세부담을 완화하려는 경우 기존 전세금을 상환해줄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전세를 상당부분 끼고 매수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오래 전에 매수해서 돌려줄 전세금을 마련했거나 여유자금이 풍부한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보유세가 전월세 가격을 크게 상승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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