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잡아라”…‘특별함’ 좇는 가전·통신사, 마케팅 화법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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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잡아라”…‘특별함’ 좇는 가전·통신사, 마케팅 화법 변화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11.03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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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블 세대’…제품 기능보다 중요한 ‘가심비’
국내 인구의 34% 차지…소비력 가장 높은 층
삼성·LG전자, 제품서도 다양함 추구…이통3사, 체험 통한 가치 전달
삼성전자 모델이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와인·맥주·화장품 등을 전문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맞춤형 소형 냉장고 ‘삼성 비스포크 큐브’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모델이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와인·맥주·화장품 등을 전문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맞춤형 소형 냉장고 ‘삼성 비스포크 큐브’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MZ세대가 국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생활가전·이동통신 업계는 이에 따라 이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접목한 마케팅을 선보이며 대대적 변화에 나섰다. 제품의 기능을 전면으로 내세웠던 기존 화법에서 벗어나 고객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을 어필하는 식이다. 제품 자체의 기능보다 브랜드 가치·가심비(가격대비 마음의 만족도)가 더 중요한 시대가 열렸다.

3일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최근 발행한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에 따르면 MZ세대는 ‘세컨슈머(제2 소비자)’란 소비 특성을 지녔다. ‘괜찮은 일상’을 미래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소비에도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소는 내년도 MZ세대를 대표하는 트렌드 키워드로 ‘인플루언서블 세대’를 선정하기도 했다. 자신이 행동하면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을 지켜봐 왔기에 스스로의 영향력(Influenceable) 인지하고 있는 신인류를 뜻한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이들을 지칭한다. 1040세대를 아우르기 때문에 소비력이 가장 높은 층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는 지난해 기준 약 1700만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하지만, 업계에선 소비의 절반 이상이 이 세대에서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으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함’과 ‘개성 중시’가 꼽힌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전국 만 15세~3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50.4%가 ‘독특한 체험이나 경험을 위해서라면 시간과 돈을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자신을 드러내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플렉스(Flex) 문화가 최근 들어 각광받는 이유도 MZ세대의 특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주요 고객층으로 확보한다는 것은 안정적인 기업 미래를 약속받는다는 의미”라며 “이들의 특성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환경과 밀접한 이통사와 삶의 트렌드에 민감한 가전업계의 마케팅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란 생활가전 통합 슬로건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프로젝트 프리즘’ 등을 통한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을 더욱 확대하겠단 포부다. 화이트·그레이 색상이나 규격화된 기능을 제공하기보다 다채로운 디자인과 생활에 맞는 기능을 소비자가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 역시 ‘세상에 없는 가전’을 모토로 신(新)가전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구와 가전을 접목한 ‘LG 오브제’ 제품군이나 스타일러·홈브루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 가전이 대표적이다.

가전업계가 ‘다양함’에 주목했다면 이통업계는 ‘즐거움’에 방점을 찍었다. 눈에 보이는 제품과 달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체험을 통한 차별화’를 주요 지점으로 내걸었다.

SK텔레콤의 ‘T팩토리’와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이 대표적이다. 상품을 파는 기존 마케팅에서 벗어나 건물 전체를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렸다. 당장의 수익보다 브랜드 가치 전달을 더욱 중요하게 본 셈이다. 이 덕분에 9월 오픈한 일상비일상의틈의 누적 방문객은 3만5000명을 돌파했고, 지난달 31일 오픈한 ‘T팩토리’에도 이틀간 약 1500여명이 찾았다. 통신사와 관계없이 ‘공간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KT도 2016년부터 운영하던 10·20세대 특화 브랜드 ‘Y’를 전일 전면 개편했다. Y2.0 리뉴얼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취향에 맞춰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에서 이뤄지는 마케팅에서도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즐겁고 특별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며 “광고에서도 단순히 서비스를 알리기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변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ICT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 체험과 기술 혁신의 장’이란 취지로 조성한 ‘T팩토리’의 외부 전경.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ICT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 체험과 기술 혁신의 장’이란 취지로 조성한 ‘T팩토리’의 외부 전경. 사진=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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