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에 덕분에 두산 안도에 한숨?
'형제의 난' 두산그룹 최대 위기
경영권 놓고 형제간 분쟁 비화
상태바
X파일에 덕분에 두산 안도에 한숨?
'형제의 난' 두산그룹 최대 위기
경영권 놓고 형제간 분쟁 비화
  • 나정영 기자
  • 승인 2005.07.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용오 전 회장, 두산그룹 비방 진정서 제출
박용곤 명예회장, `박 전 회장 그룹. 가족에서 제명'

두산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형제들의 비자금 조성의혹을 담은 투서를 검찰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형제들은 가족회의에서 박 전회장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두산그룹이 그룹회장 승계를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으로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빠진 것이다.

박용오 전 회장은 지난 21일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박용성 회장이 생맥주 체인점인 주식회사 태맥이라는 위장 계열사를 통해 1년에 십수억원씩 2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며 ”회사를 처분한 자금 250억원은 측근인 이모씨의 계좌를 통해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동생인 박용만 그룹 부회장도 주식회사 넵스라는 위장계열사를 통해 두산산업개발의 각종 공사를 독식하면서 역시 비자금 200억원을 조성했다고 폭로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또 박용만 부회장과 박용성 회장의 아들인 박진원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가 뉴트라 팍이라는 회사를 미국 위스콘신에 설립해 계열사 자금 870억원을 해외로 밀반출

한 뒤 해당회사는 껍데기만 남긴 채 800억원대의 자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박 회장이 두산그룹의 경비 용역 건물관리 업체를 자신의 측근에게 맡겨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과 박회장이 과실로 부도를 낸 일경개발을 그룹에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175억원 이상의 부실을 두산기업에 떠넘겼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렇게 해서 박용성 회장 등 형제들이 지난 20년 동안 조성한 비자금은 1700억원대에 이르고 분식회계도 서슴지 않았다는 게 박용오 전 회장의 주장이다.

불과 며칠전까지 그룹회장을 맡았던 당사자가 경영상의 내부비리를 투서하는, 일반인으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날 만큼 두산그룹의 형제간 다툼은 이전투구, 말 그대로 진흙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형제간의 그룹 회장직 승계를 통해 가족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온 두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지울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박 전 회장은 성명서 발표를 통해 "형제간에 싸움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송구스럽지만 이번 그룹 회장 승계건은 막대한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주도한 쿠데타로 원천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형제간의 의를 생각해 지금까지 참아왔으며 가족회의에서 두산산업개발의 독자경영을 건의했다"며 "관계당국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백한 진실을 밝혀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박 전 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박 전회장이 회장직 이양을 결정한 가족회의의 결과에 반발해 꾸민 것"이라며 법적 대응여부를 고려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두산그룹은 또 임직원들에게 모럴 해저드가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퇴출시킨다는 원칙을 적용해 박 전 회장 퇴출을 단행키로 가족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이에 따라 조만간 박 전 회장의 ㈜두산과 두산산업개발 등기이사 직 박탈을 위해 조만간 이사회 및 임시주총을 열기로 했다.

이와 관련, 그룹의 최고 어른 격인 박용곤 명예회장은 이날 밤 중구 을지로 6가 두산 본사 빌딩에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 ""이번 박 전 회장의  행동은 가족과 그룹 전체에 대한 반역 행위"라며 "이제부터는 박 전 회장은 두산  그룹의  일원도, 가족의 일원도 아니며 제명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박회장이 허위 사실을 날포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초강경 방침을 표명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취임한지 10년 정도 됐고 은퇴할 시기가 됐으나 금년 말로 회장직에서 은퇴하라'고 말하자 이에 반발해 자신이 지분을 0.7% 가량 보유한 두산산업개발의 계열 분리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분율이 0.7%에 불과하고 계열 분리가 선친인 박두병 초대회장의 `공동소유, 공공경영'의 원칙에 반하고 그룹 전체의 이익에도 배치되기 때문에 가족회의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박 명예회장 주재로 수차례 가족회의를 열었지만 박 전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아 그룹 회장직을 셋째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게 이양키로 결정했고 박 전 회장이 결국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돌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박 전 회장이 현재 주위 사람들에게 회장직 이양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 등이 박용곤 명예회장을 사주해 벌인 일이라고 비방하고 있지만  모든 결정은 전적으로 큰형인 박 명예회장의 판단을 다른 모든 가족들이 지지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경영권 분쟁 ‘충격’=이처럼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두산산업개발 계열분리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형제간 불화가 박용성 회장의  전격적인 그룹 회장직 승계를 계기로 회복불가능한 상황으로까지 악화됐기 때문으로  두산그룹 안팎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두산그룹내 이상기류는 박용오 명예회장이 올해 초부터 두산산업개발을 그룹에서 떼어내 자신과 아들들에게 달라고 요구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은 박용오 회장의 이런 요구를 거절했으며 이 때부터 두산산업개발을 둘러싼 가족간 대립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박용곤 명예회장 등은 박용오 회장의 지분율이 0.7%에 불과한 데다 계열 분리가 선친인 박두병 초대회장의 `공동소유, 공공경영'의 원칙과 그룹 전체의 이익에도 배치된다는 이유로 박용오 회장의 독립요구를 허용하지 않았다

박용오 회장이 이후에도 계속 두산산업개발을 요구하며 파열음을  내자  마침내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 회장직을 박용성 회장에게 넘겨주고 박용오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도록 했다.

회장직 이양은 두산산업개발 양도 거부로 불만이 누적된 박용오 회장의  분노를 폭발시킨 기폭제가 됐고 이에따라 박용오 회장은 박용성 회장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고 만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오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의 분리독립을 요구한 것은 두산 제 4세대로의 지분이동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두 아들이 소외되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용곤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씨가 최근 사실상 지주회사인 ㈜두산의 지분도 0.12% 확보한 것을 비롯, 박용곤, 박용성 회장의 자제들이 ㈜두산의  지분을  늘려가며 제4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데 비해 박용오 회장의 장남인 박경원 ㈜전신전자  대표는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두산과 두산산업개발의 지분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등 제4세대 경영구도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두 아들이 제4세대 경영구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감에 따라 박용오 회장은 안전판 마련을 위해 두산산업개발 독립경영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박용오 회장과 다른 형제간 갈등의 `불씨'는 이미 지난해말부터 감지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오 회장의 장남 경원(41)씨가 두산산업개발 상무로 재직중이던 2000년께 `벤처의 길을 가겠다'며 보유하고 있던 두산 계열사들 지분을 모두 처분, 계열사에서 나가 CCTV 등 제조업체인 IT기업인 ㈜전신전자를 인수했으나 전신전자가 계속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던 것.
이 과정에서 아버지인 박용오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두산 계열사 지분들을 그때그때 처분, 경원씨를 지원했으나 사업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두산산업개발이 고려산업개발을 흡수한 이후인 지난해말 경원씨가 지인들과 함께 두산산업개발  인수.합병(M&A)을 시도했고 이러한 사실이 올 초 가족회의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최고 어른인 박용곤 명예회장은 가족회의 등을 통해 수차례 박용오 회장에게 M&A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경고했으나 박회장은 좀처럼 의사를 굽히지 않으며 `그렇다면 두산산업개발이라도 분리해달라'를 요구, 7월 초 가족회의에서 박용성 회장 체제 및 박용오 회장 퇴출을 결정했다는게 두산그룹측 설명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가 ㈜두산, 두산산업개발, 두산중공업 등을 축으로 한 순환출자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두산산업개발을 분리할 경우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두산으로서는 두산산업개발 분리는 생각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한편 박용오 회장이 제기한 박용성 회장의 해외 밀반출 의혹과 관련, 그룹측은 "박용오 회장 시절인 4년전쯤 대주주 및 계열사들이 인수한 MPI라는 미국계 바이오 기업의 식물성장 촉진제 개발 비용으로 들어간 돈일 뿐"이라며 "임상실험 한 회당 3만 달러 정도가 투입되며 이 회사는 내년부터 `대박'을 기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산측이 박용오 명예회장을 퇴출키로 함에 따라 그가 갖고 있는 ㈜두산 대표이사 회장,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직에서도 퇴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박용오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 두산산업개발 상무 역시 경영에서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오 회장은 "박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서 원천 무효"라고 반박하는 등 `항전'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박용오 회장측 지분은 ㈜두산 1.8%, 두산산업개발 0.7%에 불과해 사실상 맨손으로 저항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박용오 회장측 지분은 상당부분 장남이 경영하는 ㈜전신전자의 경영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오 회장과 자제들이 경영에서 배제되면 두산의 경영구도에서 박용성 그룹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제4세대 경영구도에서도 박용오 회장측 자제들이 배제되면서 박정원  ㈜두산 BG사장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측은 앞으로도 계속 `공동소유, 공동경영'을 축으로 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박용오 회장과 그 자제들이 빠진 가족회의가  예전과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편 두산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틈을 타 외부세력이 지분매입 등을 통해 경영권에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두산측은 "주요 계열사들은 모두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 대주주들이 모두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을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산그룹은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페놀 사건 이후 최대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진흙탕 싸움으로 그룹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을 뿐 아니라 진정서 등에 언급된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이에따라 심야에 사장단 회의를 열어 경영권 다툼으로 기업운영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대한 경영안정과 업무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한편  매출, 수익 등 경영성과 제고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