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제주항공, 기안기금 신청 놓고 ‘주판알 튕기기’ 
상태바
대한항공·제주항공, 기안기금 신청 놓고 ‘주판알 튕기기’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10.29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사 모두 이달 신청 계획이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 
연 5~7%대 이자 발목…당초 취지와 다르다는 지적도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신청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연 5~7%대 이자 부담에 선뜻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항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제주항공 등 항공업 전반에 관한 현안을 논의한다. 심의회는 지난 15일에도 회의를 열어 저비용항공사(LCC) 현황을 파악한 바 있다.

제주항공의 회계법인 실사를 토대로 산출한 필요 자금은 17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을 지원 받으면 2호 지원 기업이 된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합병(M&A)가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은 2조40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현재까지 기안기금 지원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 당초 지난 13일 1~2일 내 기안기금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절차대로 진행 중이지만 언제 신청 할지 정확한 시점은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대한항공도 당초 이달 1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과 협의 및 절차가 아직 남아 있어 사실상 미뤄진 상태다.

양사 모두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높은 이자 부담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의 경우 1% 내외에서 많아야 3~4% 수준인 반면 한국은 신용등급에 따라 연 5~7%대의 금리를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델타항공은 미 정부로부터 16억달러의 긴급자금을 10년 만기로 지원받았으나,  대출금리는 초기 5년간 연 1%대로 알려졌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지난 5월 독일 정부로부터 최대 연 9%의 금리로 90억유로(약 12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금리는 2027년부터 적용되며, 초기 금리는 연 4%다. 

반면, 지난달 총 2조4000억원의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신용등급(BBB-)이 낮은 탓에 대출금리가 3년 만기 기준 연 7.5%로 추정된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2조4000억원을 모두 사용하면 연간 이자 비용만 18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 이자비용 부담까지 가중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경영상 특정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기안기금을 지원받게 되면 6개월간 고용인원의 90%를 유지해야하며, 계열사 지원과 자사주 매입이 금지된다. 또 지원액의 최소 10%를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로 발행해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이자율이 높다보니 항공사들이 기안기금 신청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아직 항공사들의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금리를 낮춰 이자 비용을 경감해주는 등 기안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