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1주택 재산세 완화’ 부작용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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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1주택 재산세 완화’ 부작용 우려돼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10.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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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12억원 아파트 보유자도 재산세 감면
서민보다 중산층에게 더 큰 이득 돌아갈 듯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와 여당이 1주택자의 재산세 인하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에 따른 세 부담 증가로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우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공시가격을 끌어올려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켜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본래의 정책 취지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공시지가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감면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6억~9억원 주택에 대해선 재산세율 0.03%포인트를 일괄 감면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다.

현행 재산세율은 과세표준별로 0.1~0.4%다. 당정이 개선안이 확정되면 공시가격 9억 이하 주택자는 재산세를 최대 절반까지 감면받는다. 올해 기준으로 최대 시세 12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들까지 재산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서민보다 중산층이 더 큰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시세 10억원인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올해 69%에서 당장 90%가 된다면 재산세는 약 10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시세 6억원 전용 59㎡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의 경우에는 올해 재산세 20만원에서 36만원 정도로 오른다. 당정의 개선안대로 재산세를 감면받는다면 6억원 아파트는 36만원에서 32만원으로 10억원 아파트는 14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각각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주택 보유자가 받는 감면 혜택이 더 크다. 이는 더 많이 가진 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게 조세정책의 기본 이념을 역행하는 셈이다.

투기 억제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전셋값이 폭등하며 무주택 갭투자(전세 낀 주택구매)가 성행하고 있다. 잇따른 고강도 대책에도 집값 안정이 더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갭투자를 막기 위한 6‧17대책에는 빈틈이 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선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고 다른 집에서 전세를 얻어서 살면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월세나 반전세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나 빌라 등을 매매할 때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전셋값 급등으로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으면서 본인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을 매입하는 일명 ‘무갭투자’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세금 부담 증가가 갭투자 확산을 막을 유일한 장치였으나 정부가 스스로 이를 포기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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