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목동이 뿔났다…“마포·도봉구는 되고 목동은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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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목동이 뿔났다…“마포·도봉구는 되고 목동은 안 되나”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10.2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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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단지 안전진단 탈락에 현수막 게재 등 반발 확산
“연식 비슷한데 목동만 떨어져…정치적 판단 아니냐”
서울 양천구 목동11단지 벽면에 걸린 대형 현수막. 9단지가 안전진단에서 탈락하자 주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11단지와 7단지뿐만이 아니다. 추가로 5개 단지가 현수막 게재를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집회 개최도 논의 중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주민 A씨의 설명이다. 9단지가 정밀안전진단 2차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단체 행동에 나서는 주민이 늘고 있다. 노후도가 비슷한 다른 단지들은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반면 유독 목동에만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 재건축을 막고 있다는 반발이다.

23일 방문한 목동 11단지와 7단지 벽면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11단지 벽면에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소방도로 전무하다 화재나면 다죽는다’, ‘목숨걸린 안전진단 목동주민 살게해라’ 등의 구호가 적혀있었다. 또 마포구 성산시영의 1차 정밀안전진단점수 53.88점과 11단지의 점수(51.87점)을 비교하면서 점수를 어떻게 조정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엄포했다. 정밀안전진단은 점수가 30~55점일 경우 한국시설안전공단이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 진행 여부를 결정 받는다.

목동에 이같은 현수막이 걸린 배경에는 지난달 9단지가 2차 적정성검토에서 안전진단 C등급을 받으며 재건축이 가로막힌 점이 있다. 앞서 9단지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53.32점을 받았지만 적정성 검토에서 58점을 받으며 재건축이 불가능해졌다. 당락은 비용분석 점수가 갈랐다. 9단지는 비용분석 부문에서 1차는 40점을 받았지만 2차는 70점을 받았다. 비용분석은 재건축 비용과 개·보수 비용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문제는 비슷한 연식의 다른 단지들은 적정성 검토에서 비용분석 점수가 변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86년에 준공된 마포구 성산시영은 1차에서 받았던 비용분석 점수 40점이 2차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며 재건축을 확정지은 바 있다. 도봉구 도봉삼환은 1차에서 비용분석 점수로 0점을 받았음에도 2차에서 이를 그대로 유지하며 적정성 검토를 통과했다.

목동 주민 B씨는 “비슷한 연식의 아파트 상태는 대부분 비슷하지 않느냐”며 “유독 목동9단지의 비용분석 점수만 상향시킨 것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 정치적인 판단 아니냐”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7단지 소유주들도 단체행동에 나섰다. 7단지에 게재된 대형 현수막에는 ‘비가 오면 천장샌다 니가 와서 살아봐라’, ‘죽기 전에 신축지어 멀쩡한 집 살고싶다’ 등의 구호가 적혔다.

7단지 주민 C씨는 “9단지가 적정성 검토에서 석연치 않게 떨어진 것을 보고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며 “가만히 있다가는 불공정한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민 사이에 팽배하다”고 귀띔했다.

7단지와 11단지에 이어 다른 단지들도 현수막 게재를 검토하고 있다. 현수막 게재를 검토하고 있는 단지는 5곳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단지들은 우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목동 주민은 대규모 집회 개최를 통한 항의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집회를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100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정밀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두고 정부가 목동 단지에 공공재건축을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목동 주민 D씨는 “강남구 은마나 송파구 잠실주공5도 정부의 강권에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목동에서도 민간재건축을 막은 뒤 공공재건축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목동에서는 9단지에 이어 5단지가 2차 적정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 착수해 내달 말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11단지도 7월에 착수해 12월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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