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삼성 ‘혁신’ 이끈 이건희 회장의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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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별세]“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삼성 ‘혁신’ 이끈 이건희 회장의 어록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10.25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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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삼성 그룹 회장 취임…임직원에 끊임없이 ‘변화’ 주문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 시작…“양에서 질로”
2014년 심근경색으로 경영서 물러나…당시 신년사 “미래 주역은 바로 여러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87년 12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87년 12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입니다. 극단적으로 농담이 아니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1942년생인 고인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 당시 46세 나이로 1987년 12월 1일 삼성그룹의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져 경영일선에 복귀하지 못할 때까지 삼성그룹을 이끌었다. 삼성은 고인의 경영철학 아래 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인은 경영일선에서 임직원들에 다양한 ‘혁신’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어록을 남겼다. 고인의 말은 삼성뿐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회장에 취임할 때부터 변화를 강조했다. 취임사를 통해 “삼성이 지금까지 쌓아 온 훌륭한 전통과 창업주의 유지를 계승하여 이를 더욱 발전 시켜 나갈 것”이라며 “새로 출범하는 삼성의 제2 창업에 찬란한 영광이 돌아오도록 힘차게 전진하자”고 강조했다.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고인이 삼성 내 변화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표출한 일화로 꼽힌다. 고인은 당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운영 중인 세탁기 조립 라인을 살펴봤다. 직원들이 덮개 여닫이 부분 규격이 맞지 않자 즉석에서 칼로 깎아내는 영상을 보곤 즉각 회의를 열었다. 고인은 이 자리에서 “이제 양 위주의 의식·체질·제도·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며 삼성 신경영을 선언했다. ‘마누라·자식 빼고…’란 유명한 어록도 이 자리에서 탄생했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인은 신경영 선언 후 10년이 지난 2003년에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며 “우리 경제는 ‘마의 1만불 시대 불경기’에 처한 상황으로 신경영 선언 당시와 유사하다. 지금은 당장의 제 몫 찾기보다 파이를 빨리 키워, 국민소득 만불시대에 돌입하기 위해 온 국민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경영 20주년 만찬이 열린 2013년 10월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초일류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한 길로 달려왔다”며 “임직원의 열정과 헌신이 큰 바탕이 됐다. 이제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인은 변화와 함께 ‘상생’에 대한 가치도 강조해왔다. 1989년 신년사를 통해 “삼성의 협력업체도 바로 삼성 가족”이라며 “그들에게 인격적인 대우와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 하나의 공동체이며 한 가족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줌으로써 참된 공존공영을 이룩하는 것 또한 인간중시 경영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6년 신년사에서도 “협력업체는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신경영의 동반자”라며 “다가올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자 지적 자산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시대”라고 말했다. 1997년 낸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를 통해선 “다른 나라는 남자 여자가 합쳐서 뛰고 있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실로 인적 자원의 국가적 낭비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이에 따라 당사자가 겪게 될 좌절감은 차치하고라도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고 썼다.

고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해인 2014년 신년사를 통해선 “5년 전·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자”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관행을 떨쳐 내자. 미래를 대비하는 주역은 바로 여러분이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마음껏 도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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