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회계 도입에 알짜 부동산 파는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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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회계 도입에 알짜 부동산 파는 보험사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10.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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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부동산 많을수록 적립금 더 쌓아야”
“자본 부담 적은 PF 투자 확대 움직임”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보험사가 보유 중인 알짜 부동산을 지속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앞으로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경우, 적립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자본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다.

25일 보험업계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전라남도 여수시 충무동에 위치한 여수사옥 매각에 나섰다. 1990년 준공된 여수사옥은 지하2층~지상 7층 규모 건물이다. 토지면적 704㎡, 건물 연면적 3955.12㎡ 규모다. 한화생명 여수고객센터, 광무, 동산지점으로 사용돼 왔다.

한화생명의 부동산 매각은 앞서 경기 분당과 부산 광복동 사옥이 유찰 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한화생명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보유 중인 부동산에 대해 꾸준히 매각을 시도하는 배경은 보험사에 대한 회계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자본 적립금 부담은 한 층 높아진다. 현행 제도에서는 100억원 규모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려면 6억~9억원의 준비금이 필요하다. 신지급여력제도에서는 25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부동산에 대한 위험 계수가 올라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화생명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에서도 사옥 매각이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한생명은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는 신사옥 ‘신한 L타워’ 매각을 추진 중이고 현대해상은 서울 강남사옥을 약 3600억원에 매각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베스타스자산운용에 여의도 사옥을 1200억원에 넘긴 바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삼성생명 마저 삼성타운 서초사옥 A동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한 관계자는 “회계 이슈에 앞서 보험사의 부동산 매입은 주춤한 반면, 매각은 활발하다”면서 “핵심 건물 외에 사옥을 매각 정리하고, 비대면 확산의 영향으로 이용면적을 줄이는 다운사이징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보유 부동산을 줄이는 대신 자본 부담이 적은 저위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선순위 대출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급여력(RBC) 제도에서 투자부동산 위험계수는 9%, 투자부동산 외 부동산 위험계수는 6%다. 반면 부동산 PF에 대해서는 2.9%(우량 PF)~12.3%(일반 PF)의 위험계수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자본 적립 부담이 적다.

실제로도 보험사의 PF규모는 최근 1년 새 크게 늘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의 PF 규모는 지난해 6조968억원 대비 14% 증가한 6조9233억원으로 빅3 생명보험사 중 가장 많다. 한화생명 역시 PF대출 규모가 최근 1년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구조화금융 관련 대출채권은 5조766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조5968억원(38%) 늘었다. 이 밖에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도 1년간 각각 12%, 14% 규모로 PF등 구조화금융 대출이 증가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요구자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가가 높은 서울·수도권 내 주요 부동산 자산이 매각 대상에 오르는 분위기”라며 “위험계수가 낮은 선순위 대출이나 부동산 PF 위주로 보험사의 부동산 투자가 대체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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