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세대·지역·빈부 갈등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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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세대·지역·빈부 갈등 불렀다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0.10.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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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확대에 중장년층 볼 멘 소리
젊은 층, 가점제 비판…“공정한 경쟁위해 개선 시급”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세대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젊은 층의 패닉바잉(공황구매)를 막기 위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특공)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혜택과 거리가 먼 중장년 층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간 격차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맞벌이 가구 등 더 많은 실수요 계층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의 소득기준을 추가로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공의 일반공급에서만 소득기준이 바뀌게 된다. 현행 120%(맞벌이 130%)인 소득기준이 140%(맞벌이 160%)까지 상향되는 것인데, 이를 3인 이하 가구에 적용할 시 140%는 월 788만원이고 160%는 월 889만원에 해당한다.

노동부 소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대 정규직의 월 소득은 362만원이고, 40대는 408만원이다. 40대 부부가 정규직으로 맞벌이를 하더라도 이번에 바뀐 소득기준 160%를 충족할 수 있다. 30·40대 정규직 맞벌이 부부까지 수혜가 확대되는 셈이다.

다만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과 거리가 먼 중년층 사이에서는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8·4 대책에서 발표된 공급물량 13만2000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와 신혼부부·청년 몫으로 배정한 상황 속에 역차별이 심화됐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급급한 부동산 정책이 혼란을 고조시켰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 정부 초기만 하더라도 가점제 물량을 대폭 늘리는 등 장기 무주택자의 청약기회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정책의 기조가 갑작스레 뒤바뀌어서다.

김모(서울 영등포구·40대)씨는 “정부가 8·4 대책 등을 통해 공급 물량을 크게 확대한다고 했지만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신혼부부·청년 특공에 쏠린 경향이 있어 기대감이 적다”며 “50대보다 가점이 낮을 수 밖에 없는데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소외감만 커졌다”고 토로했다.

이와 달리 젊은 층에서는 정부의 규제 기조를 환영하면서 중장년층에 유리한 가점제에 대해 쓴 소리를 제기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청약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했다는 지적이다.

정모(서울 금천구·30대)씨는 “사회 초년생이기에 가점이 26점에 불과한데 서울에서는 50점 이상의 가점을 지니고 있어야지만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며 “그간 가점제로 공정한 경쟁이 어려웠기에 젊은 층을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시급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역간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북 노도강(노원·동봉·강북구)의 재산세 격차가 문재인 정부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재산세 징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재산세 납부액 1~3위는 강남구(5654억원), 서초구(3170억원), 송파구(2617억원)로 총 1조1441억원에 달한다.

이는 서울 전체 재산세의 (2조7003억원)의 42.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반면 하위권에 위치한 노원구(20위·494억원)와 도봉구(24위·284억원), 강북구(25위·278억원)의 재산세 납부액은 모두 1056억원으로 전체의 3.9%에 불과했다.

강남3구와 노도강의 격차가 다시금 확대된 것이다. 2010년만 하더라도 두 지역간 격차는 36.7%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2014년 34.7%까지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38.4%로 다시 늘어났다. 이로 인해 잇단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지역간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대표적인 증거”라며 “강남 주민에게는 세금 폭탄을, 강북 주민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는 등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10월 둘째 주 기준으로 전주 대비 0.02% 오르면서 8월 넷째 주 이후 8주 연속 동일한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측은 정부의 안정화 대책과 더불어 코로나발(發) 경기 위축으로 매수세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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