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전작권 갈등에 기자회견마저 취소된 韓美 안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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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전작권 갈등에 기자회견마저 취소된 韓美 안보회의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10.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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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삭제하며 방위비 압박
韓 전작권 조기 반환 요구에 美 "시간 걸려" 면박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한미 국방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환수 문제와 관련 공개석상에서 시각차를 드러내며 결국 미국측이 한미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을 현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문구도 빠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을 진행했다. 이는 서 장관 취임 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첫 대면식으로 이번 회의에서는 전작권 전환 추진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서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 간의 노력을 함께 평가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논의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를 마무리해야 전작권 전환 절차를 충족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현재 지난해 1단계 IOC 검증은 지난해 마무리됐으나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단계 FOC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도 압박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방위비 부담이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서는 안 되고 한반도에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다른 동맹뿐만 아니라 한국도 우리의 집단안보에 더 많이 기여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는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주둔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뉘앙스다. 실제 이날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에는 직전 51차 회의 공동성명에 담겼던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빠졌다. 미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특별한 전력이나 병력 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줄이거나 하는 것은 의제도 아니고 (논의도) 일체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미측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작권과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이견차를 보이던 한미 장관은 이날 SCM개최 후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성명 등 논의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었지만 미측의 요청에 따라 취소됐다. 이날 오후까지 이번 SCM 공동성명 채택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공고한 대북 방어 태세를 강조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대면협의를 위해 공중급유기까지 타고 서 장관이 미국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공동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은 외교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서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코로나19)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미 국방장관이 직접 만나 동맹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어떠한 안보 도전에도 변함없는 한미동맹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간 노력을 함께 평가하고 향후 추진 계획을 논의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을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 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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