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잡은 물고기 먹이 안주는’ 연애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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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잡은 물고기 먹이 안주는’ 연애와 정치
  • 고수정 기자
  • 승인 2013.05.21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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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정 정치부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무릇 사람들은 연애를 놓고 전후의 마음이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상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별도 달도 따 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은 막상 연애에 접어들면 ‘언제 했었냐’는 듯 무심하게 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연애 전처럼 상대방에게 올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꺼’가 됐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보고 ‘잡은 물고기 먹이 안준다’라고 표현한다.

정치도 똑같다. 대통령선거 혹은 지방선거 등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런저런 공약들을 내놓고 ‘꼭 지키겠다’는 약속을 천명하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차지했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인지 자신들이 내건 공약은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6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경쟁체제 도입)가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각 철도 권역(노선)별 민영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수서발 KTX를 비롯, 향후 신규 노선마다 지분 입찰 등을 통해 민간자본이 들어올 길을 열어준다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정부안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철도 민영화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추진 행태를 보면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서까지 철도를 송두리째 민간에 넘기려는 구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배치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대선은 캠페인”이라며 “선거운동과 정책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말해 ‘말 바꾸기’ 논란을 부추겼다.

박 대통령 측은 대선기간 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연금이 차등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에 말 바꾸기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당시 공약집에 ‘모든 어르신에게’라는 문구를 분명히 적어놓고 나중에 보도자료로 해명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태도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공약은 노인층의 표를 끌어오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던 공약이다. 이 때문에 몇몇 이들은 ‘농락당한 기분이 든다’고도 말할 정도였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은 흡사 연애를 시작하기 전 좋은 말과 행동들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했지만 막상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 다음 잡은 물고기에 먹이 안주는 사람들과 비슷한 격이다.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안주면 물고기가 언제든 그 물가를 떠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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