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신 주식 소각에 돈 쓴 현대모비스…지배구조개편 눈앞?
상태바
투자 대신 주식 소각에 돈 쓴 현대모비스…지배구조개편 눈앞?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10.05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모비스 사내유보·신규투자 대신 주주환원 정책 택해
순환출자구조 해소, 현대차그룹만 남아…지배구조개편 앞둔 선택
올해 초 530억원치 소각, 연말까지 625억원 추가 소각 예정
현대모비스 로고.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 로고.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현대모비스가 최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재시동을 걸었다. 현대모비스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중심 정책은 지난 2018년 지배구조개편 때부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가 여전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중심에 있는 만큼, 그룹 내 지배구조개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올해 내 2212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625억원을 우선 소각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통주 203만7169주(총금액 2611억4500만원)를 이익소각 했으며, 같은 해 9월 24일부터 12월 23일까지 자기주식 130만주를 취득하기도 했다. 또 올해 1월에도 25만2000주(총금액 529억7800만원)를 이익소각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가 6월말 기준 보유 중인 자기주식은 161만7535주이며, 유통주식은 9343만7159주다. 회사 측은 연말까지 보통주 98만3000주를 장내 매수할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이익잉여금이라는 자기자본으로 취득하는 것으로, 자기자본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신규투자라는 기회비용 상실이라는 단점이 있다. 실제 현대모비스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용은 4781억원이었는데 자사주 소각 시 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자본이 사라지게 된다. 또 최근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자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내유보금을 증발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현대모비스는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어서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현대모비스의 부채비율은 30%를 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통해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 핵심부품 사업에 대한 투자도 꾸준하다.

또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은 최근 기업들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대표적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수년간 1400억달러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고 배당금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에 핵심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부분 기업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업이다. 지난 2018년 사모펀드 엘리엇의 공격으로 현대글로비스를 지주사로 삼으려는 방안이 무산돼 재추진이 불가피하다.

현재 전문가들은 기존의 △현대모비스를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과 △엘리엇이 제시한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를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현대글로비스를 지배구조 정점으로 체제를 개편하는 방안 등 세 가지 안 중 하나가 채택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안은 순환출자구조나 일감 몰아주기의 완전한 해소가 어렵고, 오너 일가의 지분율 확보가 힘들다는 점에서 합병비율을 조정한 첫 번째 방안이 재추진될 것이 유력하다.

현대모비스는 2018년 지배구조개편안 발표 당시에도 주주친화 정책을 밝힌 바 있는 만큼, 지속적인 주주친화 정책은 결국 지배구조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