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이자놀이에 칼 빼든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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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이자놀이에 칼 빼든 금융당국
  • 전유정 기자
  • 승인 2020.09.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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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마다 금리격차 크고 시중은행 대비 4~5배 높아
금투회사 금리산정 모범규준 발표...“폭리 걸러낸다”
국내 증시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의 ‘깜깜이’ 신용융자 금리 체계가 다음 달 개편된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의 ‘깜깜이’ 신용융자 금리 체계가 다음 달 개편된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전유정 기자] 금융당국이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 속에 증권사의 고금리 신용대출 규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불투명한 산정근거를 공개하고 폭리를 취하는 지 점검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를 보면 지난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17조24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배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이처럼 신용융자가 크게 늘자 당국도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들이 이자율을 정하는 기준인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 규준’을 개선하고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용거래융자(신용융자) 금리 산정 기준인 조달금리와 가산금리에 들어가는 항목을 세분하는 내용으로 모범 규준을 개선하는 자율규제 방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신용공여 이자율 인하는 증권사 이익 감소 요인”이라며 “다만 증권사별로 우수고객에 대한 신용이자율 인하 정책과 신용잔고 규모가 최근 급증한 신용잔고 규모를 반영한 수치 분석 결과보다 이익 감소폭은 더 적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는 증권사들이 조달금리, 가산금리만을 구분하고 자율적으로 금리를 각각 산정한다. 

증권사 신용공여 금리는 △30일 이하 단기 대출은 연 3.9∼9.0% △31일 이상 90일 이하는 연 4.9∼9.5% △91일 이상은 5.4∼11% 등으로 회사마다 금리가 큰 차이가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2%대인 것과 비교하면 증권사의 대출금리는 대략 4~5배 정도 높다. 

가장 높은 이자를 받는 곳은 이베스트 투자증권으로 60일 초과 시 11.5%가 적용됐다. 이어 같은 기간 △하나금융투자 11.0% △삼성증권 10.6% △케이프투자증권 8.5% 순으로 집계됐다. 또한 미래에셋대우는 28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9%에서 8.5%로 인하한다. 대신증권도 오는 10일부터 다이렉트 계좌 금리를 기존 10.5%에서 8.5%로 낮춘다.

증권사별로 기간에 따른 금리 편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7일 이하 이자율이 5%대로 시작해 30일 이하는 8.1%, 90일을 초과 시 9.9%까지 이자를 부과했고,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은 4%대에서 10.5%까지의 이자가 발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시장 투자자가 신용융자 금리를 은행 신용 대출 금리와 직접 비교하고 있는데 은행과 달리 증권사마다 자금 조달방식, 수익구조가 크게 다르다”고 했다. 

통상 은행은 고객예금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증권사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조달한다. 기본적으로 은행과 달리 조달방식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증권사마다 조달비용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규준 개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용융자 금리 정보를 제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리의 적정수준이나 융자규모를 본다는 게 아니라 금리산정 기준이나 공시가 투명하지 않다는 측면의 접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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