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노출’ 백신, 안정성·효능 평가 뒤 접종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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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노출’ 백신, 안정성·효능 평가 뒤 접종 여부 결정
  • 한종훈 기자
  • 승인 2020.09.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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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재개 시기는 미지수… 업계 “한 달은 안정성 유지”
무료 백신 접종이 중단된 22일 오후 유료 독감 예방 접종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무료 백신 접종이 중단된 22일 오후 유료 독감 예방 접종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독감 예방에 쓰일 백신 일부가 배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접종이 중단됐다.

정부는 안정성과 효능을 검증한 뒤 문제가 없으면 접종을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백신 속 단백질이 온도 변화로 인해 변형되면 백신의 효능이 변하거나 아예 없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전날 개시하려던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백신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 업계는 자체 연구를 통해 독감 백신이 상온에서 최소 1달 정도는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백신 업체들은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일정 기간 방치될 때 등을 대비해 안정성을 알아보는 실험을 한다. 보통의 보관 상태보다 높은 온도나 습도 등을 조건으로 두고 제품의 변질 여부를 알아본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4가 백신의 경우 이런 실험에서는 상온(25도)에서 최소 1달, 길게는 수 개월간 상태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가 접종사업에도 4가 백신이 쓰인다.

하지만 이는 제조사 자체의 실험 결과이고 외부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독감 백신은 배송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한참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하면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히 얼마나 오래 상온에 노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몇 시간 노출됐다면 안정성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생산한 지 얼마 안 된 백신이니 역가도 떨어질 리 없다고 본다. 또 산도(pH) 변화가 있더라도 약간의 변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중한 입장이다. 관련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품질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한 뒤 접종 재개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아직 언제 다시 접종이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

문은희 식약처 바이오 의약품 품질관리과장은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게 되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제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효능을 나타내는 단백질 함량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더 광범위한 검사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제품 전반의 품질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독감 백신의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정 총리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예방접종이 차질을 빚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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