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성 적자’ 실손보험, 과잉진료 관행부터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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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만성 적자’ 실손보험, 과잉진료 관행부터 손봐야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09.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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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실비)의 가입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 중에선 가입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온다. 실손보험에 따른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쌓였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영업손해율(전체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의 비중)은 2017년 101.2%에서 올 1분기 116.5%로 뛰었다. 손해보험사가 올 상반기 실손보험에서 본 손실만 1조2066억원에 달한다.

생명보험사 역시 3년 새 5개 업체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업계에서 실손보험이 중단된 것은 지난 1963년 손해보험사가 실손보상 상해보험을 국내 처음 도입하고, 1977년 단체건강보험이 손해율 급증을 이유로 판매 중지된 이후 43년만이다.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는 역시 소비자의 과잉진료가 원흉으로 지목된다. 실손의료보험은 입원치료와 통원치료를 구분해 질병 및 상해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용 중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부분과 본인 부담금을 보장한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비용을 보험사에 청구하면 그대로 돌려주다 보니, 과도한 진료 활동이 활개치는 셈이다. 치료라고 보기 어려운 영양제 주사 처방 등 미용과 건강 목적의 진료 활동도 대폭 증가세다.

문제는 일부 환자들과 병원의 과잉진료가 애꿎은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단위로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90% 이상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며 100만원 이상 청구자는 2% 미만에 불과했다.

정작 건강관리가 필요한 고령층은 실손보험 가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실손보험 가입 나이 상한선을 70세에서 60세로 낮췄다. 지난 5월에는 한화생명이 65세에서 49세로, 동양생명은 60세에서 50세로 내렸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에겐 보험료를 더 받고, 비급여진료의 자기부담금 비율을 올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4세대 실손’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비급여진료를 부추기는 일부 의료현장의 관행이 바로잡히지 않은 상품개편이 의미가 있을 지 의구심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 이후에는 실손의료보험 체계가 개편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의료비가 저렴해지자 사람들의 병원 방문이 늘어나고, 결국 건강보험 자기부담금은 물론,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보험금 지급도 증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실손보험은 꼭 필요한 사람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별적인 체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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