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또 ‘뉴스 편집’ 논란…AI 신뢰도 확보·외압 차단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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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또 ‘뉴스 편집’ 논란…AI 신뢰도 확보·외압 차단 ‘숙제’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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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 의원 “카카오 들어오라 해”…뉴스 편집 외압 논란
포털, 그간 끊임없이 ‘조작’ 논란 휩싸여…“기술로 중립성 확보” 해명
AI가 100% 뉴스 배정한다지만…이재웅 “가치 중립적이지 않아”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카카오톡 뉴스에 실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뉴스에 대해 보좌관과 메신저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카카오톡 뉴스에 실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뉴스에 대해 보좌관과 메신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국내 양대 포털인 다음·네이버의 ‘뉴스 편집’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간 끊임없이 조작·외압·청탁 등의 의혹에 시달려온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다음은 지난 2014년 카카오와 합병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 모두 뉴스 편집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은 그간의 사안들과 다소 궤가 다르다. 네이버·카카오의 내부 시스템 문제가 아닌 정치권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진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취재진에 포착되며 ‘포털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윤 의원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 관련 기사가 포털 다음 메인뉴스에 반영된 것을 두고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 카카오 너무하는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비롯한 정치권 전반에서 “외압이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최근 국회의장실에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 사임 요구서’를 전달하고 윤 의원의 사보임을 요청하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번 논란에 중심이 된 카카오는 물론이고 네이버 역시 난감한 기색이다. 양대 포털은 그간 실시간검색어(실검) 순위·연관검색어·댓글·뉴스배치·랭킹뉴스(뉴스 순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조작’의 의혹을 받아왔다.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왔지만, 윤 의원의 사건으로 ‘외부 개입 가능성’을 또다시 의심받게 됐다.

포털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신뢰도를 잃어왔다. ‘국정원 여론 조작’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실검’ 논란은 지속됐다. 또한 악성 댓글(악플)로 인한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이 있을 때마다 포털 시스템은 구설에 올랐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엔 네이버의 뉴스배치가 외부 요청으로 수정된 바 있다. 당시 네이버스포츠 담당자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비판 기사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재배치했다고 시인했다. 올 초에도 한 프로그램 개발업체가 PC방에 게임 관리 프로그램을 납품하면서 악성코드 심고 이른바 ‘좀비 PC’ 21만대 만들어 조직적으로 검색어를 조작한 사건이 경찰에 적발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기술을 통해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강조해왔다. 네이버는 2017년 2월에 ‘에어스(AiRS)’를, 카카오는 2015년부터 ‘루빅스(RUBICS, 현 카카오i)’라는 AI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에게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이 개별 관리하는 영역을 제외한 일반 뉴스에선 지난해 4월부터는 AI가 전적으로 배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이용자 반응·성별과 연령별 그룹에 따른 반응·클릭률·열독률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AI가 뉴스를 100% 배열한다. 이용자마다 보이는 화면이 다른 이유”라고 밝혔다. 양사는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하고 실검 시스템도 이용자의 관심도를 반영하는 식으로 개편, 포털 여론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시행해왔다.

포털 기업의 다양한 노력에도 뉴스 배치에 대한 신뢰도 확보는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AI 역시 편향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드는 뉴스가 메인에 올라왔다고 바로 포털 담당자를 불러서 강력히 항의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포털의 ‘AI가 했으니까 우리는 중립적이다’라는 얘기도 윤 의원의 항의만큼이나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AI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규칙 기반의 AI는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I 추천 기능은 그간 전문가들로부터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편협해지는 현상인 ‘필터버블’ 등 다양한 우려점이 있다고 지적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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