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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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존재다
  • 김동환 기자
  • 승인 2020.09.01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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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 임창덕

[매일일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어떤 물건이 탐이 나도록 만들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러한 심리는 물건을 파는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한다.

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
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

통상적으로 가격과 수요는 반비례하지만, 비쌀수록 오히려 수요의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싸고, 희귀할수록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더 잘 드러내고, 차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비싼 것이 더 잘 팔리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였던 베블런은 그의 저서에서“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라고 한 데서 유래됐다.

수요가 많으면 구매가 줄어드는 현상도 있다. 일명 백로효과 또는 속물효과다.

주위에 같은 옷을 입은 것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지 않는 심리다. 프랑스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그의 저서,‘소비의 사회’에서 소비는 물건 그 자체보다는 일종의 위치재로서 자신의 지위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고 싶은 것을 소비한다고 한 바 있다.

한때 고등학생들이 등골브레이커로 불리던 회사의 옷을 학교 교복처럼 입었던 시절이 있었다. 옷 가격별로 계급이 매겨지기도 했는데 자신의 위치를 나타낼 수 있는 것에는 기를 쓰고 얻으려 한다.

TV에서 맛 집을 소개하면 찾아가서 먹어보는 싶은 충동, 홈쇼핑에서 매진 임박이라고 하면 꼭 사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이러한 군중심리는 자신의 의견이나 태도를 다수의 기준에 동조시키는 것인데, 편승한다고 하여 밴드왜건 효과라 부르기도 한다.

3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3명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한자성어도 있듯이 3명 정도가 모이면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여기게 만들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필립 짐 바르도 교수는 세 명이 모이면 집단이라는 개념이 생기는데 이것이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이 된다고 봤다. 행동에 근거를 부여하고, 타당한 이유가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길을 가다 3명이 하늘을 쳐다보면 대부분 그 행동을 따라 하고, 길이가 다른 막대를 다수가 같다고 하면 분명 다르다고 인지하면서도 다수의 결정을 따라 같다고 한 실험에서도 집단 동조 효과가 발생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서로 어울리려는 기본 욕구가 작동한 결과 일 수 있다.

동물한테도 이러한 집단 동조현상이 일어난다. 레밍은 '나그네쥐'라 불리는 설치류의 일종이다. 레밍은 앞선 무리를 따라 직선으로 이동하는데, 절벽을 만나면 대량 죽음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런 레밍의 무리 편승 현상을 레밍 신드롬 혹은 레밍 효과라고 부른다.

한편 프랑스 사회학자인 부르디외는 개인적 취향은 사회적으로 결정되며 이를 통해 사회적 구별 짓기가 이뤄진다고 봤다. 사회적 구별짓기라는 것은 곧 계급적 차별화를 의미한다.

아비투스(habitus)는 직업, 재력 등 개인의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사고와 판단 체계를 말하는데, 이러한 신념체계는 계급을 나타내는 형태로 발전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을 주창한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했다.

자크 라캉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가 소비하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의 본연의 것이 아닌 타인이 원하고 타인이 바라봐줬으면 하는 행동을 한다.

소비도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신분이나 계급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을 은근히 선택한다. 그러면서 태도와 행동이 다른 경우 적당히 자신을 합리화 한다.

담당업무 : 경기동부권 취재본부장
좌우명 : 늘 깨어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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