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우리는 원래 혼자만의 시간을 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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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우리는 원래 혼자만의 시간을 원해왔다
  • 매일일보
  • 승인 2020.08.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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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태 - 빛이 드는 공간, 152x112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사진=더 트리니티 갤러리 제공
황선태 - 빛이 드는 공간, 152x112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사진=더 트리니티 갤러리 제공

필자는 현재 재택근무중이다. 직원들에게도 모두 재택근무를 권했다. 출근을 인생의 미덕으로 아는, 자칭 ‘워커홀릭’ 필자에게는 힘 빠지는 일이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말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예상보다 이른 코로나 재확산에 ‘회복의 시간’을 갖지 못한 탓인지 주변에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에 따라 사회적 대면 활동이 위축되면서 모임과 약속이 줄어들고, 자유로운 외부 활동이 사실상 금지된 데 따른 답답함과 지루함, 앞날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 코로나 예방을 위해 필수가 된 마스크 사용 같은 불편함이 쌓인 결과다.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나. 백신도 치료제도 완전할 수 없고,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 공식화돼 가는 상황에서 ‘코로나 블루’에 젖어있을 수는 없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쉼을 원했다. 산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도 습관처럼 했었다. 이제 그 ‘잠시 쉼표’의 시간을 가져보자. 비대면의 상황에서 타인과 관계 유지를 위해 지속하던 소통을 끊자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멀어진 사회적 관계에 대해 걱정하기보다 자신과 더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직업상 이럴 때 감상하기 좋은 작품 한 점을 소개하고 싶다. 황선태 작가의 빛이 드는 공간 연작이다. 그의 최근 작품에는 개와 고양이가 공간에 등장한다. 그들은 비어있는 공간에서 오후에 나른한 볕을 즐기며 쉬고 있다. 조용히 휴식하고 싶을 때 옆에 말없이 있어줄 친구들이다. 필자는 코로나 이전 이미 황선태 작가의 작품 연작을 소개한 적이 있다. ‘복잡할 때는 비우자’라는 제목이었다.

황선태의 작품은 적절한 공간을 담은 이미지를 찾기 위해 직접 사진 촬영을 하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첫 번째 과정을 거친다. 모아진 자료에 기초하여 그래픽 프로그램을 통해 공간에 빛이 드리워질 위치와 각도를 연구한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그래픽 작업 후에는 유리와 보드판으로 제작된 다층의 스크린, LED의 빛을 이용해 최종 화면을 작업해낸다. 사물의 형태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선’이라는 요소를 이용하는데 모두 녹색이다. 작가는 녹색이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있음’의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적합한 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을 닮은 녹색의 선과 창을 통해 드리우는 빛으로 빚어낸 일상적 공간은 우리에게 편안한 거실에 있는 것처럼 잠시 쉬었다 가는 여유를 선사한다.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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