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선을 버려야 검찰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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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독선을 버려야 검찰이 산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8.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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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독선(獨善) : 자기 혼자만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

독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위험하다. 특히 권력을 가진 조직이 독선을 가질 경우 독재적 행태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경계돼야 한다.

2013년 검찰개혁심의위원회는 검찰 내 특수통 검사들의 우월주의를 타파하고 특수부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인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내놨다. 검찰 내 ‘엘리트’인 특수통의 독선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그로부터 7년 뒤. 특수통들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경제형사범죄형사부는 옛 특수4부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안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6월 경제범죄형사부가 신청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당초 법조계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 사유 자체에 해당되는 것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수사팀은 구속영장을 강행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수사심의위원회 절차가 진행된 가운데 청구된 첫 구속영장이기도 했다.

법원에 이어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시민위원회도 이 부회장 손을 들어줬다. 당초 수사팀은 이러한 절차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피력해왔던 특수통들이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 부회장 안건이 수사심의위에 상정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외부 전문가들도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수사중단’ 권고를 내렸다. 10대 3의 압도적 표차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가 내려진지 50일이 지났다. 특수통 수사팀은 아직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도 수사팀은 참고인을 조사하고 외부 전문가들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팀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하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스런 반응도 나온다.

법원, 일반 시민들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 모두를 무시하고 검찰 뜻대로 기소를 강행한다면 국민들은 이들의 독선을 다시금 떠올릴 것이다. 게다가 수사심의위는 검찰 스스로 개혁하겠다며 국민과 약속한 제도 아닌가.

외부로부터 전혀 견제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검찰에 대해 국민들은 개혁을 요구해왔다. 지금 정부가 구체적 방법에 대해선 이견이 있음에도 ‘검찰 개혁’ 자체는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민심의 흐름 덕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이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한다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은 더욱 커진다. 상황이 이러하자 법조계에선 ‘기소유예’도 하나의 절충안으로 거론된다.

우월주의, 특권의식 그리고 독선이 있는 자리에 국민이 있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특수통들은 독선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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