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도 눈엣가시…주주이탈 우려 금융지주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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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도 눈엣가시…주주이탈 우려 금융지주 곤혹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8.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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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 금융당국 실물지원 요구에 '주주가치 제고'도 제동 
주가 급락 금융지주 고심 깊어져...당국 인위적 시장 개입 논란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은 금융지주사들이 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자사주 매입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자제를 권고한 데 이어 최근엔 자사주 매입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금융지주들의 주주가치 제고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확보 차원에서 금융지주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등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들어 급격히 하락한 주가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도 없어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비상시 금융지주사의 자본 건전성 유지를 위해 배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에 따라 자본 건전성이 불안정한 금융지주사에 대해 배당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화하는 가능성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추세와 무관치 않다. 현재 유럽과 미국 금융회사들은 중앙은행들의 권고 등에 따라 배당을 자제하거나 배당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실제 유럽 중앙은행은 오는 10월 1일까지 유로존 19개국 은행들에 대해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을 금지하고 잇다.

유럽중앙은행(ECB) 감독위원회는 지난 3월 유럽 금융회사에게 올해 주주 배당을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자제하지 않으면 ECB가 적극 개입하겠다는 경고도 날렸다.

이에 웰스파고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배당 규모를 크게 삭감했다. 유럽은 은행들이 배당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최악의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며 34개 미 주요은행에 오는 9월30일까지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12%에 달했던 미국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7.7~9.5% 수준까지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강력한 조치를 강행한 것이다.

우리 금융당국도 기조는 같았다. 다만 '구두권고' 수준이었고, 시장 '자율'에 맡겨왔다. 하지만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권고 방식의 자제 요구는 한계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처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대한 배당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이를 법제화할 수 있는지를 연구 중이다. 

하지만 법제화 및 실효성을 두고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가까운 일본은 아직 금융회사들에게 배당제한에 대한 '권고'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국내 은행들은 미국과 유럽과 달리 투자금융 부분이 많지 않아 자본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 3~4월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시장 변동성이 일어났을 때 스트레스테스트를 한 결과, 국내 은행들의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시장의 배당까지 당국이 개입할 만큼 건전성에 문제가 있냐는 문제제기도 나올수 있다.

게다가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배당 문제는 시장에게 맡긴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금융위원회도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을 시장에 맡기자는 의견이어서 금융감독원도 별도의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6월에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요국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배당금 지급과 관련해 "우리는 은행들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자사주 매입금지·배당금 제한 조치와 관련해) 권유할 따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주환원정책 유지와 주가 부양 노력이 한창인 은행들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배당금은 1주당 700원~2210원, 배당성향은 25%~26.5%이다. 금융지주들은 매년 배당규모를 확대해왔다. 아울러 자사주 매입도 지속적으로 늘렸다. 금융지주들은 급격히 하락했던 주가를 감안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증가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분간 당국의 실물지원 요구가 지속될 거로 보이고 이에 따른 대출증가 필요성 때문에 금융지주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 제한은 그렇다쳐도 주주가치와 직결된 배당 문제마저 당국이 개입하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현재 경영상태가 좋다고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만큼 때문에 자본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며 "관행적인 배당을 추진하는 것은 향후 리스크 관리 부실이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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